(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엔 인권이사회를 비롯해 인권·군축, 국제구호 분야 등에 관한 각종 회의를 관리하는 유엔 제네바 사무소가 회원국들의 분담금 납부 실적이 저조한 탓에 예산 절감책을 추진한다.
24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 정보서비스국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청사(팔레 드 나시옹) 가운데 일부 건물에 전력을 끊고 일시 폐쇄하는 조치가 지난주부터 시행 중이다.
정보서비스국 관계자는 공지를 통해 "유엔 제네바 사무소가 현금 흐름 위기를 겪고 있고 1천400만 스위스프랑(209억여원)을 절약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우리의 기본 임무를 건드리지 않은 채 예산 절감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건물 폐쇄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이어지며 유엔 제네바 사무소 직원의 출장 횟수와 지출액 제한 조처도 시행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밖에 에스컬레이터와 조명 제한, 에어컨 사용량 감축, 일부 회의실 사용 최소화, 도서관 시설 잠정 폐쇄 등의 시책도 병행된다.
유엔 제네바 사무소는 작년 12월 20일부터 2주간 직원 1천600명에게 재택근무 명령을 내리고 팔레 드 나시옹 시설 전체를 닫은 바 있다.
성탄절·연말 휴가 기간과 겹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만 이 시기에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한 각종 국제 현안에 관한 브리핑과 회의 수요는 있었다. 이를 온라인 브리핑과 화상회의 등으로 대체하는 고육책을 쓴 셈이다.
팔레 드 나시옹 부지는 20만㎥ 정도 규모다.
연간 회의 개최 건수가 8천여건 정도로, 직원 인건비를 줄이지 않는 최선의 예산 절감책은 전기요금을 줄이는 것이라고 유엔 제네바 사무소는 판단했다. 작년 말 2주간의 청사 폐쇄로 절감한 금액은 20만 스위스프랑(3억여원) 정도로 알려졌다.
유엔 제네바 사무소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 지난해 회원국들의 분담금 납부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데 따른 것이다. 유엔 회원국들이 내년 분담금 일부가 제네바사무소로 배정되는데 분담금 납부가 지연되자 현금 흐름에 경색이 생겼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재정난은 지난해 분쟁 확산에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구호 수요가 급증한 점과 무관치 않다.
최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하마스 연루설로 주요국이 예산 지원을 중단했던 것도 재정난을 부추겼다.
다만 유엔 제네바사무소 정보서비스국은 최근 들어 유엔 회원국의 분담금 납부와 자발적인 기부금 지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현금 흐름이 곧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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