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다자 연구프로그램에 준회원국 가입…비유럽국가 중 세 번째
분담금 규모 미공개…과제 따라 추가 기여금 내는 구조일 듯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 다자간 연구 프로그램인 유럽연합(EU)의 '호라이즌 유럽'에 내년부터 준회원국으로 가입한다.
호라이즌 유럽은 2021년부터 7년간 995억 유로(약 138조원)를 지원하는 거대 연구사업으로, 이번 가입을 통해 내년부터는 한국 연구자가 호라이즌 유럽의 연구 과제를 직접 따낼 수 있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우리나라의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종호 장관은 이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연구혁신총국 일리아나 이바노바 집행위원과 면담해 가입 협상을 완료했다. EU와 한국은 각각 협정 체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럽은 1984년부터 EU 다자 연구혁신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개별 회원국이 추진하기 어려운 연구혁신 사업을 EU 차원으로 추진하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은 이 중 가장 최신 사업이다.
이전 프로그램에는 EU 회원국이나 인근 국가만 참여했지만, EU는 호라이즌 유럽부터 한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 비유럽지역 6개국에 준회원국 가입을 제안했다.
이중 뉴질랜드가 지난해, 캐나다가 올해 준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한국은 이번 협상 타결로 내년부터 준회원국이 되는 것이다.
준회원에 가입해 재정 분담금을 내면 국내 연구자들이 호라이즌 유럽의 연구비를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호라이즌 유럽 세부 분야(필러·Pillar) 중 글로벌 문제 해결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연구인 필러2에 한정해 준회원국으로 가입한다.
호라이즌 유럽은 필러2 외에 인력양성 분야와 기초과학 R&D(필러1), 유럽 중소기업 역량강화(필러3)로 구성돼있다. 이중 필러2에 가장 많은 535억 유로(약 78조 원)를 투입한다.
이번 가입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에게는 자유롭게 호라이즌 유럽의 연구사업에 참여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준회원국 가입 전에는 국내 연구자가 참여하려면 다른 회원국 연구자의 파트너 기관으로만 참여할 수 있었다. EU에 따르면 지난해 5월까지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한 한국 기관은 14곳에 불과하다.
정부도 이번 가입으로 ▲ 다자간 과학기술 연구 협력 네트워크 확대 ▲ EU와 연구 협력 강화 ▲ EU의 선진 R&D 시스템 습득 ▲ 국가혁신시스템 개방성 확대 등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또 정부는 이번 가입을 계기로 연구자의 호라이즌 유럽 참여 촉진을 위해 EU 연구자와의 과제 사전 기획 등 다양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협정이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며 재정 분담금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호라이즌 유럽은 EU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입국의 GDP 비율을 기반으로 분담금을 산출하지만, 신규 가입국의 경우 남은 가입 기간과 과제 선정에 시간이 걸리는 점 등을 반영해 분담금을 조정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라 2에 가입한 뉴질랜드는 EU 대비 1.5% 수준인 GDP 비율로만 추정하면 8억 유로를 지불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약 1천800만 유로만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뉴질랜드는 분담금을 산정할 때 반영한 과제 참여 성공 확률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이면 분담금을 더 내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도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GDP 비율보다는 적은 분담금을 내고, 대신 과제 참여 정도에 따라 더 많은 분담금을 내는 구조를 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분담금에 대해 "가장 작은 수준이고 연구자들이 지원해 (과제를) 더 많이 받아오면 사후 정산 개념으로 돈을 더 내도록 설계했다"며 "시작은 작은 규모지만 의미 있는 규모"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세계 최대의 다자 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 참여가 본격화됨에 따라 한국과 EU 간 공동연구를 통해 양측 모두의 연구 역량을 높일 기회가 마련됐다"며 "연내 협정 체결 절차를 마무리해 내년부터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hj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