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원조 줄이면 미래에 분노의 씨앗 뿌리는 꼴"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집행위원장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계됐다는 의혹으로 구금된 이 단체 직원들을 이스라엘 당국이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매체 블릭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측이 체포된 UNRWA 직원을 조직적으로 학대하고 고문했다는 사실을 고발할 수 있는 직접적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이스라엘 당국이 신문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강요하기도 했다"면서 "이스라엘은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UNRWA 직원 12명이 지난해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올해 1월 제기했다.
이에 UNRWA는 즉각 해당 직원들을 해고하고 곧장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UNRWA의 내부 조사와 별개로 유엔은 독립 조사단체를 임명하고 사실관계 규명에 나섰고 이스라엘 당국도 조사중이다.
이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요 유엔 회원국들이 사실이 규명될 때까지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최근 일부 국가가 지원을 재개했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광범위한 인도적 활동과 사회사업을 벌이는 UNRWA로서는 재정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여전히 UNRWA는 재정 파탄 직전이며 이는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요구하는 것처럼 UNRWA를 해산하는 건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대체할 다른 유엔 조직은 없다. 가자지구 어린이에게 공교육을 제공하는 역할까지 UNRWA가 맡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자지구에는 긴급구호만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향후 몇 년간 전개될 상황을 두고 대응 계획도 세워야 한다. 지금 가자지구에 대한 개발 원조를 더 줄이면 미래에 증오와 분노의 씨앗을 뿌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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