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민주주의 모범생'다운 평화적 정권교체될 듯
44세 파예 후보, 역대 최연소 대통령 가능성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세네갈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사실상 승리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야권 후보의 당선이 공식 확정되면 12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다.
보도에 따르면 마키 살 현 대통령의 집권당 공화국연합당(APR) 후보인 아마부 바 전 총리 측은 2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바 후보가 야권 후보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44)에게 전화해 당선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살 대통령도 파예 후보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전했다.
파예는 해산된 유력 야당인 파스테프(PASTEF)가 참여한 야권 연대의 후보로 선거에 나섰다.
유력 여권 후보가 대선 하루 만에 패배를 인정하면서 세네갈이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4번째로 평화적 대통령 교체라는 전통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쿠데타와 선거 불복, 권력 세습이 난무하는 아프리카에서 세네갈은 '민주주의 모범생'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민주적 절차에 따른 원만한 권력이양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발표된 개별 투표소의 잠정 결과에 따르면 파예 후보가 바 전 총리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영방송 RTS가 전날 밤늦게 발표한 초기 개표 결과에는 파예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개표율은 확인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9일께 공식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치르는 결선투표 없이 그의 당선이 유력해 보인다.
전직 세무조사관 출신인 파예 후보는 형사처벌로 출마가 무산된 우스만 송코 파스테프 대표를 대신해 대선 후보로 나섰다.
그는 사법부 비판 등의 혐의로 지난해 4월부터 구금 중이었으나 최근 통과된 일반 사면법으로 대선을 열흘 앞둔 지난 14일 전격적으로 석방돼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는 통화개혁, 에너지 부문 개편, 사회 불평등 해소, 고용 촉진, 부통령직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새 정부에선 외국 기업과 체결한 광산·가스·석유 계약에 대한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AFP통신은 짚었다.
RTS에 따르면 전날 대선의 투표율은 약 71%로 잠정 집계됐다. 총유권자는 약 730만명이다.
파예 후보가 취임하면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세네갈의 민주적 정권교체 역사가 위협받을 뻔도 했다.
2021년 3월 송코 대표가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면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기 이어졌고 지난해 8월 그가 내란 선동과 공공질서 훼손 등의 혐의로 구금된 후에도 유혈 시위가 벌어졌다.
여기에 살 대통령이 애초 지난달 25일이던 대선을 3주 정도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하자 반대 시위가 잇따르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자 4명이 숨지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이후 의회에서 12월로 대선을 연기하고 살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결정했지만 위헌 결정이 나면서 대선은 결국 전날 치러졌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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