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건규약 개정 과정서 '회원국 정책 좌우' 소문돌아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코로나19와 유사한 팬데믹 재발에 대비한 국제규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이 규범이 만들어지면 WHO가 회원국 정부의 보건정책을 좌우할 정도의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나돈다며 경각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다.
26일(현지시간) WHO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전날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 회의서 국제보건규약(IHR) 개정 합의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과정에서 흘러나온 '루머'를 거론했다.
그는 "아직 각국이 IHR 개정 문제를 두고 합의하지 못한 사안들이 있는데 이는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면 공감대를 찾을 수 있다"면서 "IHR 개정을 위한 다른 장벽은 거짓말이 난무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IHR 개정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재발했을 때 국제사회가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예방적 실험·탐지 활동, 의약품 긴급 허가, 감염병 대응 자금의 집행 등에 관한 약속을 새로 규범에 담자는 뜻으로 추진되고 있다.
각국의 발 빠른 협조를 끌어낼 수 있도록 WHO에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IHR이 개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 무차별적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감염병 대유행이 생기면 회원국의 방역 권한이 WHO에 넘어가고 WHO가 각국에 국경봉쇄나 백신 접종 의무를 부과할 권한을 얻는다는 식의 거짓말이 나돈다. 안타깝게도 일부 국회의원이나 정부 수반마저 그런 얘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IHR은 회원국에 의해 작성되고 있으며 각국이 국내법에 따라 이행하는 것"이라며 "항간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IHR 합의사항은 떠도는 이야기와 정반대로 명시돼 있다"면서 "협약의 어떤 조항도 WHO 사무총장과 사무국이 회원국의 국내법이나 정책을 지시, 명령할 권한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합의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합의사항은 여행 금지나 예방접종 의무, 치료·진단, 국경 봉쇄 등 특정 조처를 할 것을 회원국에 요구할 권한을 WHO에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도 돼 있다"고 부연했다.
WHO 회원국들은 IHR 개정안 초안 작성을 위해 작년부터 정부 간 협상기구(INB)를 꾸리고 초안 내용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국가별 소득 수준과 보건 역량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항이 많아 협상은 난항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WHO의 집행 권한 문제를 놓고는 각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WHO 회원국들이 합의한 IHR 개정안 초안 작성 시한은 오는 5월까지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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