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도→요리스→곤살레스…야권 "합법적 선거 경로에 남기 위한 선택"
최종 후보 다시 변경 가능성…잡음 속 美제재 가중 여부 '촉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오는 7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야권 연합이 우여곡절 끝에 기존에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깜짝 인물'을 내세워 대선후보 등록 절차를 마쳤다.
베네수엘라 '민주 야권 연합'(PUD·통합 베네수엘라)은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 권리를 수호하며 합법적 선거 경로에 머물기 위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잠정적 대선 후보로 등록하기로 했다"며 "이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택된 후보 등록이 명백히 불가능해진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연합은 그러면서 "단일 후보를 등록할 때까지 지속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부연해, 경우에 따라선 최종 후보를 다시 변경할 여지를 남겼다.
외교관 출신인 곤살레스는 야권 연합을 구성하는 세력 중 하나인 '민주통일원탁'(MUD) 지도부 중 1명이다.
앞서 베네수엘라 야권 연합은 이 나라 감사원과 대법원 결정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대신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코리나 요리스 전 교수를 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요리스는 시한(25일)까지 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어 후보 등록을 하지 못한 바 있다.
마차도는 앞서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마두로가 대선에서 자신의 경쟁자를 선택했다"며 "우리가 수개월 전부터 우려하고 경고했던 사태가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3선에 도전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비롯해 야권 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개별 야당에서는 후보 등록을 정상적으로 마쳤다고 이 나라 일간지인 엘나시오날은 보도했다.
야당 측 후보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마누엘 로살레스 술리아 주지사다.
로살레스 주지사는 2006년 대선에서 베네수엘라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우고 차베스(1954∼2013)에 패한 바 있다. 이후 페루로 망명했다가 고국에서 옥고를 겪었다.
로살레스 주지사의 소속 정당인 '새로운 시간'(UNT)은 성명에서 "아직 설명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야당은 대선 레이스에서 배제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며 "우리가 분명하고 단호하게 밝히고 싶은 건, 기권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야권 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별도 후보를 낸 것을 정당화했다.
인포바에를 비롯한 중남미 언론 매체들은 마두로 대통령 입장에서 로살레스 주지사는 '대화 여지가 있는' 온건파로 분류된다고 평가했다.
마차도나 요리스를 비롯한 야권 연합은 로살레스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진 않았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마두로 정부를 향한 야권 연합의 반발과 부정선거 주장 가능성 속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가중할지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앞서 공정한 대선을 치를 것을 약속한 베네수엘라 여야 합의를 계기로 대(對)베네수엘라 석유와 가스 수출 제재를 일시 완화했던 미국 정부는 마차도 고문 출마 불발을 문제 삼아 "4월 18일 종료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와 가스 거래 허가를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요리스의 후보 등록 차질에 마두로 정부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 수준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백악관은 요리스 후보 등록 차질 사태와 관련,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마두로 정권은 모든 후보의 출마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두로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 중인 브라질 룰라 정부 역시 우려를 표명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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