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브리지' 붕괴 현장 주변서 발 동동…"삶의 일부인데 슬프다"
(볼티모어[미 메릴랜드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저 다리는 내 삶의 일부인데, 정말 슬프다."
"참담한 비극이다." "항구가 막히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된다."
26일(현지시간) 새벽 발생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이하 키 브리지) 붕괴 사고 현장을 볼 수 있는 인근 도로변은 현지 주민들과 각지에서 찾아온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대형 화물선 한 대가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키 브리지의 교각을 들이받으면서 다리가 무너져 내렸고, 최소 6명의 실종자가 나온 사고였다.
기자는 이날 아침 워싱턴 D.C.를 출발해 1시간여 버스를 타고 볼티모어에 도착한 뒤 택시편으로 키 브리지와 가까운 볼티모어항으로 이동했지만, 입구에서 "업무 관계가 아니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또 붕괴된 다리 쪽으로 접근하는 도로는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다리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하던 중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발견하고 택시에서 내렸더니 단절된 교량과 처참하게 파손된 교량의 철제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교각 주변에는 선적을 기다리던 항구의 차량이 늘어서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진행 중인 구조 작업에서 생존자가 나오길 고대하는 동시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볼티모어에서 나고 자랐다는 61세 여성 섀럴 씨는 "키 브리지는 내 삶의 일부"라며 "어릴 적부터 다리를 보고 자랐고, 다리 주변의 작은 섬에도 놀러 가곤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키 브리지는) 항상 저기 있었는데, 정말 슬프다"며 혀를 찼다.
섀럴 씨는 형제가 트럭을 운전한다고 소개한 뒤 "다리를 보수할 때까지 교통 체증도 문제지만 항구가 한동안 폐쇄돼 이곳을 오가는 물동량이 줄어들면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고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64세 남성 존 에드워드 씨는 "참담한 비극"이라며 자신과 같은 건설 분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실종 소식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에드워드 씨는 "사고 당시 교각 보수 작업을 하던 건설 노동자들이 현장에 있었는데 일부는 구조됐으나 일부는 실종상태라고 한다"며 "그 사람들과 유족에게 마음으로라도 위로하고 싶어서 여기 왔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씨는 "뉴스를 보니 배가 동력을 잃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사고라고 생각한다"며 "47년 전(1977년) 5년에 걸쳐 다리가 건설됐는데 지금 잔해를 치우는 데만 1년, 재건에 4년 해서 5년 정도는 걸려야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다리 잔해를 제거하는 동안 배들이 볼티모어항을 오가기가 쉽지 않을 것인데, 앞으로 5∼6개월 정도는 항구를 오가는 해상 운송의 정체가 불가피할 것이고, 지역 경제에도 일정한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60세 여성 잰 씨는 "그나마 사고 선박의 선원들이 전원을 상실한 상태에서 조난 신호를 내서 다리를 신속하게 폐쇄할 수 있었던 것이 피해를 줄였다고 한다"며 "슬픈 일이지만 그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워싱턴 D.C.를 관광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이동해 잠시 볼티모어에 묵고 있다고 밝힌 51세 남성 조쉬 씨는 "(워싱턴의) 백악관과 캐피털힐(의회 의사당)을 보러 이 지역에 왔는데 오늘은 이것(다리 붕괴)이 국가적 뉴스다"라면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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