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공화국으로 육로 이동 자유로워"…수도권 갱단 여전히 활개
유니세프 "어린이 12만5천여명 굶주림에 생사 위태로워" 경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갱단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우리 교민 2명이 처음으로 이웃 나라를 통해 대피한 가운데 국경 지대 치안은 수도권보다 다소 양호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26일(현지시간) 외교 당국과 아이티, 도미니카공화국 교민 사회 소식통의 설명을 종합하면 아이티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 2명이 최근 수도 포르토프랭스 지역에서 헬기를 통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는 카리브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히스파니올라(이스파뇰라)섬의 동쪽과 서쪽을 각각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과 캐나다, 도미니카공화국 등 주요국에서도 자국민 피신 지원과 대피 경로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현재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 간 육로 왕래는 자유로운 편이다.
이 지역을 자주 오간다는 한 현지 주민은 연합뉴스에 "지난주에도 육로를 통해 아이티로 넘어가 개인 업무를 본 뒤 다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왔다"며 "국경 지대는 수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이동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이 국경 지대 보안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아이티 국경 지대 마을까지 치안이 안정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이티 쪽에서는 이민청이나 세관 직원이 부재한 경우가 잦아, 사람들이 별도의 여권 등 검사를 받지 않은 채 국경을 넘나드는 상황이라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실제 아이티 주민들은 식료품 구입을 위해 국경 마을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소나피 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을 비롯한 업체들은 긴장 속에 속속 정상 운영 체제를 갖추고 있다.
다만, 물류 이동의 핵심 관문인 주요 항구와 도로 주변으로 갱단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어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아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수도권 변전소 4곳과 바로 발전소 등 전력 시설물 파괴로 은행 전산망 운용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 때문에 업체들의 자금 유동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총리 사임 발표 및 과도위원회 구성 지연 등과 맞물려 갱단 연합체 'G9'과 'G펩'을 중심으로 한 폭력 사태는 여전하다.
지난 주말 델마스를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 경찰과 갱 사이의 총격전도 계속 보고됐다.
캐서린 러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총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아이티의 폭력과 불안정은 폭력 자체의 위험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로 아이티 어린이 12만 5천여 명의 생사가 위태롭다"고 강조했다.
유엔의 '통합식량안보 단계'(IPC)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티 인구(1천100만명) 절반에 가까운 500만명이 갱단과 연계된 폭력 급증 후 '높은 수준의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내몰려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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