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표결 예정…과반 여당의 반대로 부결 전망
역장-기관사 대화 녹취로 짜깁기 의혹에 공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그리스에서 1년전 발생한 열차 충돌 참사의 증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커지자 야당들이 26일(현지시간)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변화운동(PASOK-KINAL·이하 파속) 등 야권 4개당은 내각 불신임안을 공동 제출했다.
니코스 안드룰라키스 파속 대표는 최근 언론보도를 인용해 정부가 국가 최악의 열차 참사에 대한 증거를 조작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총리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는 자기 행동을 해명하기 위해 이곳(의회)에 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리스 의회는 사흘간의 토론을 거쳐 오는 28일 오후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이 전체 300석 가운데 158석으로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불신임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월 28일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외곽 터널 근처에서 승객 350명이 탄 여객 열차가 화물 열차와 정면충돌해 57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역장의 선로 변경 실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열차 안전 시스템의 전반적인 부실이 근본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으나 사고 발생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미뤄지고 있다.
시민사회와 희생자 유족은 열차 안전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10명 중 9명은 수사에 큰 진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에는 정부 당국이 공개한 사고 당일 밤 역무실·기관실 간 통신 녹취록에 짜깁기 된 정황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이 녹취록에서 라리사역 역장은 "가도 됩니까"라는 기관사의 질문에 "가세요, 가세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간지 토비마는 이 녹취록에서 역장과 대화를 나눈 기관사가 사고 열차와 관련이 없는 다른 열차의 기관사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사고 다음 날 현장을 방문해 "인간의 실수에 의한 비극적인 사고"라고 말한 바 있다.
야당들은 정부가 참사의 책임을 역장의 개인 과실로 몰아가기 위해 편집된 녹취록을 친정부 언론사에 '배포'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파블로스 마리나키스 정부 대변인은 토비마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이번 사고로 라리사 역장 등 30명 이상의 철도 직원과 간부가 기소됐다. 재판은 6월에 시작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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