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속 딸 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국 가장 만나 격려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최근 몇 주간 건강 우려를 자아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간) 한결 건강해진 모습으로 신자들을 맞았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 휠체어 대신 지팡이를 짚고 입장했다.
이날 행사는 야외인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인해 막판에 실내로 변경됐다.
교황은 "조금 혼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비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자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교황의 기분이 좋아 보였고, 건강도 많이 호전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이래 보좌관에게 원고를 넘겨 대독하게 했던 것과는 달리 교황은 이날 직접 준비한 원고를 읽었고, 즉흥적인 발언도 했다.
교황은 최근 4주간 감기와 기관지염에 시달려왔다. 이에 따라 일부 일정을 취소했고, 원고는 대부분 보좌관에게 대독을 맡겼다.
교황은 지난 24일 주님 수난 성지주일 미사에서 강론을 건너뛰면서 다시 한번 건강 우려를 자아냈다.
이에 따라 교황이 마라톤 같은 성주간 전례들에 정상적으로 참례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늘어났다.
지난 24일 주님 수난 성지주일로 시작해 오는 31일 부활절까지 이어지는 성주간은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인식되는 만큼 예식이 빼곡하다.
교황은 목요일인 28일에는 여성 교도소를 찾아 세족례를 하고 금요일인 29일에는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십자가의 길 행렬에 나선다.
부활절 전날인 30일 토요일에는 미사가 성대하게 거행되는 부활 성야가 예정돼 있다.
다행히 교황이 성주간의 바쁜 일정을 앞두고 건강을 되찾으면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교황은 이날 수요 일반알현에 앞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으로 각각 딸을 잃은 양국 가장의 알현을 받았다.
바티칸 관영매체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바삼 아라민과 라미 엘하난으로, 둘은 동병상련 속에 새로운 우정을 쌓았다.
아라민의 딸 아비르(당시 10세)는 2007년 이스라엘 국경 경찰이 쏜 고무탄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엘하난의 딸 스마디르는 14세가 되기 직전인 1997년 팔레스타인 자살 폭탄 테러범에 의해 숨졌다.
교황은 "서로를 사랑하고 같은 십자가를 경험한 두 친구"라고 묘사하며 여러 국가를 다니며 정의로운 평화를 호소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교황은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대신 형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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