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범죄 이유로 표현의 자유 억압, 악용 우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다음 달 혐오 범죄를 처벌하는 새로운 법 시행을 앞두고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해치거나 악용될 수 있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나이나 장애, 성적 지향성, 성전환 등을 이유로 한 위협 또는 공격적 행동을 처벌하는 '혐오 범죄와 공공질서법'이 시행된다.
1986년 시행된 인종 혐오 범죄에 대한 법에서 보호 대상을 확장한 형태다.
잉글랜드에서는 그보다 앞서 2006년과 2008년에 각각 종교와 성적 지향성으로 혐오 범죄 개념이 확장됐다.
이 법은 시행되기도 전에 잇따라 공개적인 반대에 부딪혔다.
혐오 범죄가 성립되는 요건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전 스미스 '여성을 위한 스코틀랜드' 대표는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 혐오적인 인식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위반이 될 것인지 모호하다"며 "악의적인 신고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도 이를 "터무니없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롤링은 성전환 여성 방송인을 남자로 칭하는 등 성전환과 관련한 언급으로 여러 번 논란이 된 적 있는 만큼 이 법이 시행되면 고소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이에 롤링은 지난 17일 엑스(X·옛 트위터)에 "내가 이 터무니없는 법에 따라 기소되지 않으려고 남자를 남자로 부르는 게시물들을 삭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만우절 농담급"이라고 썼다.
최근에는 성전환자에 대한 농담이나 촌평을 하면 스코틀랜드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는 글이 온라인에 다수 게시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엑스에 이런 글을 인용하면서 "언론의 자유 보호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라고 썼다.
이런 우려와 관련해 스코틀랜드 경찰은 농담이나 촌극으로 코미디언이나 배우를 단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훔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부정확한 언론 보도나 정치적 반대자에 의해 무고한 사람이 기소될 것이라는 허위정보가 떠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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