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중앙사이버공간위원장 보임…9천300조원 中디지털 경제 통제
"시진핑, 차이치-리창과 긴밀한 권력의 축 만드는 중" 분석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쥐고 있던 사이버 통제권을 비서실장 격인 차이치(蔡奇·68)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공개 발표를 하지 않았으나, 시 주석은 오랜 기간 자신이 맡아온 공산당 중앙사이버공간위원회 위원장을 차이치 상무위원에게 이양했다.
이는 차이치가 시 주석 위임을 받아 중국 내에서 인터넷 통제권을 사실상 쥐게 된 걸 의미한다.
SCMP는 시 주석이 작년부터 신뢰할 수 있는 자신의 대리인에게 더 많은 책임을 위임하는 추세 속에서 차이치가 50조위안(약 9천292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중국의 디지털 경제를 감독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미 작년 상반기부터 차이치가 중앙사이버공간위원장을 맡아왔으며, 시 주석 자신이 맡던 직책을 측근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중국 내 소식통은 SCMP에 "시 주석이 사이버 보안과 온라인 홍보, 디지털 경제 등의 분야를 공산당의 생사가 걸린 문제로 본다"고 짚었다.
다른 소식통은 "중앙사이버공간위원회 업무 대부분은 공산당의 메시지를 중국 내 인터넷 플랫폼에 전파하는 것"이라면서 차이치가 위원장을 맡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차이치는 오래전부터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해왔으며 한때 웨이버 팔로워가 천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작년 7월 열린 중앙사이버공간위원회 회의에서 차이치가 사이버 보안에 대한 시 주석 지침을 대독하고 사이버 보안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고 전했다.
2012년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국가주석 자리를 거머쥐었던 시진핑은 2014년 사이버사무중앙지도그룹을 출범시킨 데 이어 2018년 이를 중앙사이버공간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위원장을 해오다가 이번에 차이치에게 넘겼다.
이 위원회는 중국 당국이 사이버 공간에서 표출되는 여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정부와 공산당을 위험하게 하는 일을 방지할 목적으로 시진핑 주도로 설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편집장 출신 덩위원은 SCMP에 "이번 조치는 시 주석이 권한 위임을 통해 새 권력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는 "시 주석은 군사·외교·안보 분야의 문제를 책임지고 있으며 리창 총리와 차이치 상무위원은 정부와 당의 기능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게 바로 시 주석의 긴밀한 권력의 축"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리창 총리는 당과 국무원 최고위급의 금융 정책 결정·조율 기구로 국무원 직속 기구인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를 총괄 지도하는 사령탑인 당 중앙금융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이치는 공산당 내 통일전선부·조직부·선전부·정법위원회·감찰위원회·공안부를 총괄하는 당 중앙서기처 서기를 겸임하면서 당·정·군의 핵심 업무를 모두 시 주석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아 하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힘센' 비서실장인 셈이다.
차이치는 중국 내 초권력 기구인 중앙국가안전위원회(국안위) 부주석과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심개위) 부주임에도 임명돼 활동 중이다.
이런 차이치가 사이버공간 정보를 쥐락펴락하면서 시진핑을 보좌하는 자리에 있다는 건 말 그대로 '시진핑 복심'이라는 지적이다.
차이치는 중국 내에서 시진핑·리창·자오러지·왕후닝·차이치·딩쉐샹·리시 순의 7인 상무위원 체제에서 5위에 자리매김해 있지만 실제로는 2인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작년 10월 제20차 당대회를 계기로 시진핑 이외에 6명의 부하 격 상무위원들로 채워진 상황에서 집단지도체제 내에서의 권력 서열은 의미가 없으며, '시진핑 지근거리'에서 눈과 귀는 물론 손·발의 역할을 하는 차이치가 실질적인 2인자라는 것이다.
절대권력자였던 마오쩌둥 시절에도 상무위원이 당 중앙서기처 서기에 보임돼 2인자급의 권력을 행사했다.
차이치는 '시자쥔'(習家軍·시 주석 측근 그룹)의 대표적 인물로 불린다. 1978년 푸젠 사범대를 졸업한 뒤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 시진핑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신임을 받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치는 시진핑 집권 2기가 시작된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 베이징시 당서기로 발탁된 데 이어 작년 20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이 됐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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