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北핵·미사일 문제에서 자국이익 우선 고려
러시아의 '대북제재 일몰규정' 주장 새로운 논란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러시아의 패널 연장 비토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를 위반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어 사실상 일부 제재를 무효로 만드는 셈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비토) 행사로 임기 연장이 불발된 사태를 이렇게 평가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그동안 결의된 대북 제재의 효용성이 크게 훼손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그러나 오는 4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결의안을 안보리에서 표결한 결과 러시아의 비토로 부결됐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비토 행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국제 비확산체제의 도전으로 인식해왔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이번 표결에서 기권했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의식해 상임이사국 책임을 방기하면서까지 '북한 감싸기'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중국과 협력하고 있는 북한을 옹호해야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도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대규모 무기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은 앞으로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가 시도될 때마다 반대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거 양국의 안보리 표결 과정을 상기했을 때 극적으로 달라진 모습이다. 사회주의 형제국이긴 하지만 북한이 핵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양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 표결에 찬성했다.
2006년 7월과 10월의 북한의 미사일과 1차 핵실험 도발 직후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발표됐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 직후인 2016년 3월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안 2270호는 희토류 수출 전면 금지 등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2016년 이후 채택된 대북 제재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줄을 차단할 뿐 아니라 북한 최고 수뇌부를 압박하는 제재라는 점에서 이전의 제재와 차원이 다른 것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줄곧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안보리 대북 제재의 해제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조건으로 대북 제재에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고 요구한 것은 향후 새로운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북한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대북 제재의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제재는 북한의 핵무기 확산을 막는 데 있어 적절성을 잃었고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라며 "제재를 변경할 수 있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없으며 특정 개인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공정한 절차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 등은 러시아의 행태를 강력히 비난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전문가 패널 활동 종료는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더 의식하는 중국,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향후 중러의 유엔 안보리에서의 '북한 감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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