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도시특별법 시행 한달앞…'통합재건축 지속가능' 의문도(종합)

입력 2024-03-29 12:21  

노후도시특별법 시행 한달앞…'통합재건축 지속가능' 의문도(종합)
조건 다른 단지간 분쟁 시 재건축 더 늦어질 가능성
"사업성 높여 통합 재건축 결속시킬 인센티브 필요"
국토부 "통합 전제로 용적률 상향…추가 인센티브 어렵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통합 재건축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추가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업성이 비교적 높은 단지들은 2개 단지 이상을 묶는 통합 재건축을 원활하게 진행한다 해도 1기 신도시에만 353개 단지가 있어 통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28일 한국도시설계학회에 따르면 학회는 최근 '단지 간 통합 정비 가능한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 문제를 논의했다.
다음 달 27일 시행되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통합 재건축을 해야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구역 내 통합할 수 있는 다른 단지가 없는 경우에만 개별 재건축도 특별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통합 재건축은 대규모 기반시설 정비와 주택의 효율적 배치에 유리하고, 규모의 경제로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민들 입장에선 대단지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공'이 많아진 통합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단지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충돌이 생기면 재건축 추진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돼 왔다.
세미나에서 이용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적률·종전가치(기존 건물의 가치)·사업비·분양가 등의 변수를 통해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분석하는 산식을 제시한 뒤 통합 재건축으로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하려면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핵심은 통합 단지 간 분쟁 여지를 줄이는 것이다.
단일 단지 재건축에서도 주민 간 갈등이 심각한데, 통합 재건축을 하면 갈등 양상이 훨씬 복잡하고 풀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단지 간 용도지역, 용적률, 대지 지분 차이가 나면 조금이라도 많이 가진 측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재건축의 사업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인 비례율이 개별 재건축 때 A단지 83%, B단지 108%, A·B 통합 재건축 때는 109%라고 가정하면 통합 재건축으로 사업성이 두 단지 모두 높아진다고 해도 이익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는 B단지는 불만을 품고 통합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비례율은 사업 완료 후 총수입에서 총사업비를 뺀 금액을 종전 자산평가액(조합원 총감정평가액)으로 나눈 값이다. 비례율이 100%보다 높으면 조합원에게 수익이 생기고, 낮으면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 할 수 있다.
이때 통합 재건축이 개별 재건축보다 낫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원활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그는 "통합 재건축은 편익이 크지만 그 편익을 계량화하기 어렵다"며 "공공에서 세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통합 재건축 시 용적률을 좀 더 높여주거나 통합 단지 수분양자에게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 통합 단지 시공자에게 공공입찰 가점 인센티브를 줘 사업성을 개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통합 재건축을 전제로 용적률 상향·안전진단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기본 틀이며, 특별법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하면 어떤 경우에도 단독 재건축보다 주민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진단 면제로 사업기간이 1년가량 줄어들고, 용적률이 최대 500%(종상향 때)까지 높아지며 '미래도시펀드'로 자금 조달을 지원하면 조달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의 인센티브는 개별 재건축 때는 받을 수 없는 것들이기에 개별 재건축과는 조건 자체가 달라진다"며 "통합 재건축으로 공사비, 금융 조달 비용을 줄이고 부여된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하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하는 '선도지구'로 지정되기 위한 단지들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국토부가 '주민 동의율'을 선도지구 지정의 핵심 요건으로 지정하자 분당 한솔 1·2·3단지, 정자일로 5개 단지 등은 통합 재건축 사전 동의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신탁사를 초청해 주민 설명회를 여는 곳이 적지 않다. 통합 재건축은 주민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조합이 아닌 전문가가 이끄는 신탁 방식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신탁 방식을 유도하고 있어 선도지구 선정 때 가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한솔 1·2·3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선도지구 지정 때 가장 큰 장점은 재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조합보다는 신탁 방식의 재건축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탁 관련 주민투표를 통해 내부적으로 가결 정족수를 확보해뒀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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