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해치고 이스라엘 안보도 약화"…제한적 작전 권고
라파발 피란민 유입 우려한 이집트, 美에 국경강화 지원 촉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140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잔존세력과 뒤섞여 있는 가자지구 남부 국경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거듭 자제를 촉구했다.
28일(현지시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라파와 관련해 이스라엘이 추진할 의향을 밝힌 계획이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밝힌 형태의 작전은) 그곳의 민간인 인구에 막대하고 끔찍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약화할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집트와 맞닿아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인구는 전쟁 이전 25만명에 불과했지만, 피란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현재는 인구가 140만∼150만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라파는 국제사회의 구호물자가 피란민들에게 전달되는 주요 관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잔존세력이 이 도시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5개월여간 이어진 전쟁으로 가자지구의 하마스 24개 대대 중 20개를 와해시킨 이스라엘군은 나머지 4개 대대가 라파에서 피란민들을 방패로 삼아 농성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소탕하지 않고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현 상황에서 종전이 이뤄진다면 하마스는 라파를 중심으로 빠르게 세력을 재건, 다시 이스라엘을 위협할 것이란 게 이스라엘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3만2천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라파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민간인 인명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이스라엘을 만류해 왔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가 지지할 수 있는 임무는 훨씬 더 표적화되고 제한적이지만 (전면적 지상전과)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그런 군사작전이란 점을 우리는 밝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전은 라파 내부의 하마스 잔존 대대를 타도할 수 있으면서도 민간인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인도적 구호 전달을 방해하지 않으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약화하는 대신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파의 하마스 잔존세력을 소탕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이 확고하다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전의 형태를 바꿔 양국 관계 등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게 미국의 의도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으나,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의 희생이 늘면서 국내외적 여론 악화에 시달려 왔다.
특히 올해 11월 미국 차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미국 내 무슬림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민심 이반이 가시화하면서 대(對)중동 정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된 가자지구 휴전 요구 결의안에 미국이 이전처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을 택한 데는 이런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최우방이자 안보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갈림길에 섰는데도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를 겨냥한 대규모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며 오히려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가운데 이집트는 미국에 국경통제 강화를 위한 자금과 장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이 가져올 여파에 부심하는 모양새라고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10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유입될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활동이 활발한 이집트 시나이 반도가 하마스의 새 거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라파 침공을 진행하려면 이집트의 승인이 필요하다"면서 "그들(이집트)이 걱정하는 건 국경이다. 그들은 라파의 모든 가자지구 주민을 수용하는 결과를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이러한 보도와 관련한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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