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지난 29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국내 재계의 1·2세 시대가 저물고 3·4세 시대로의 교체가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세대교체'가 이미 수년째 재계의 키워드가 됐을 정도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재계 1·2세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은 이미 2017년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효성이 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신설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이를 맡기로 하면서 '형제 독립 경영' 체제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다른 그룹에서도 이미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의 경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인 2022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식 회장 직함을 달았다.
이미 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이끌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회장 타이틀'을 달고 '이재용의 삼성 시대' 문을 연 셈이다.
범현대가(家)에서는 1970년생인 정의선 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며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명예회장은 1938년생으로, 2021년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며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2020년 7월 대장 게실염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면서 한때 건강 이상설이 돌았으나 현재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도 82세로 고령이다.
LG그룹은 2018년 5월 구본무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LG가 4세인 구광모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장남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2019년 12월 별세했다. 구인회 창업회장의 3남인 구자학 전 아워홈 대표이사 회장은 2022년에, 5남인 구자일 일양화학 명예회장은 작년 말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인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도 2020년 3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LG가와 '아름다운 이별'을 한 GS가에서는 고 허만정 GS 창업주의 손자인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2005년 3월 GS그룹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5년간 그룹 성장 기반을 닦았으며, 12년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 '재계의 어른' 역할을 하다 작년 초 물러났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총괄하고 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유통과 로봇 부문 신사업 등을 나눠 맡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9일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KBO리그 홈 복귀전이자 구단 홈 개막전이 열리는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건재함을 과시했다.
올해 91세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그룹 모태인 태영건설이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에 처하자 지난해 12월 경영에 다시 복귀했다.
윤 창업회장은 지난 29일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TY홀딩스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이후 회의를 주재하며 '정신 무장'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찬구(76)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도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지 6개월 만인 작년 11월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했다. 박찬구 회장과 '형제의 난'을 벌인 형 박삼구(79)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19년 퇴진했다.
한편 1980년대생 오너가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42) HD현대 부회장은 작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CES 2024' 기조연설에 나서는 등 리더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허창수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45) 사장은 GS건설 대표이사를 맡았고,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42) 부사장은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장남 박세창(49) 금호건설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코오롱가 4세인 이규호(40)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주사를 포함한 그룹 주요 관계사 4곳의 사내이사를 맡았다.
OCI 창업주 고(故) 이회림 회장의 손자인 이우일(43) 유니드 대표이사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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