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물러나라" 이스라엘 전역서 수만명 시위

입력 2024-03-31 16:00   수정 2024-04-01 14:25

"네타냐후 물러나라" 이스라엘 전역서 수만명 시위
인질 가족들 "네타냐후가 고의로 협상 방해"…반정부 대열 합류
시위대 도로봉쇄, 경찰 물대포 동원 충돌…텔아비브서만 16명 체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곳곳에서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불을 피우고 도로를 봉쇄하자 경찰이 강제로 해산을 시도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 16명을 체포했다.
이스라엘오브타임스(IOT),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에서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인질 석방과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주요 시위는 매주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텔아비브 카플란 거리에서 열렸다.
키르야 군사기지 밖에 모인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 사퇴와 조기 선거 실시를 촉구했다.
매주 집회를 열고 인질 협상을 촉구했던 인질들의 가족도 동참했다. 이들은 작년 10월 7일 후 176일간 그동안 가족 소식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정책과 인질 협상을 비판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질 협상을 고의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의 귀환을 위해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겠다고도 밝혔다.
19살 딸이 하마스에 납치된 시라 알배는 "밖으로 나가 무관심에 맞서 생명을 위해 싸워야 할 때"라며 "거리에서 함께해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분명하고 단결된 목소리를 내자"고 말했다.
카플란 거리에서는 예비역들이 이끄는 초정통파 유대인 징집 면제 중단 촉구 시위, 사법부 무력화 입법 반대 단체들이 주도하는 인질 석방 촉구 시위 등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베긴 거리까지 이동, 합류한 시위대 일부는 도로에서 불을 피우고, 트럭으로 아얄론 고속도로의 양방향 통행을 막았다. 온라인에는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영상에는 물대포 앞에서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시위 참가자들을 볼 수 있다.
경찰은 16명을 교통방해 및 도로 봉쇄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예루살렘에선 시위대 200명이 경찰 장벽을 뚫고 행진해 네타냐후 총리 자택에서 9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인질 석방 협상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들고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들의 생명'보다 '정부의 생명'을 우선시한다며 "지금 집으로 데려오라"고 말했다.
해안도시 카이사레아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이 친 바리케이드를 돌아 네타냐후 총리 사저로 행진하면서 "파괴의 천사에게 용서는 없다", "실패와 포기에 대한 용서는 없다"고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카이사레아에서도 네타냐후 총리 사저 인근 도로를 막고 총리 퇴진 구호를 외친 시위 참가자들을 구금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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