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과 막는다…계약재배물량 세 배로·강원 재배지 2천㏊ 조성

입력 2024-04-02 08:00   수정 2024-04-02 13:41

金사과 막는다…계약재배물량 세 배로·강원 재배지 2천㏊ 조성
'생산량 두배' 스마트과수원 60곳 마련…거점APC 신설·시설 확충
유통단계 줄여 유통비용 10% 절감…내재해성 등 신품종 확대
농식품부, 과수산업 대책 발표…생산면적·생산량 현 수준 유지 목표


(세종=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정부가 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을 각각 세 배, 1.5배로 늘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해 강원도에 사과 재배지를 2천㏊(헥타르·1만㎡) 조성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2024∼2030)을 발표했다.

◇ 사과 계약재배물량, 2030년 15만t으로 세 배로 늘려…재해 예방시설 보급
농식품부는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져 생산 감소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판단해 안정적인 국내산 과일 생산·유통 기반을 마련하고자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봄철 냉해, 여름철 잦은 호우에 병해까지 번지면서 사과와 배 생산이 약 30% 감소해 도매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사과의 경우 연평균 1%씩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재배면적을 2030년 3만3천㏊(여의도의 114배) 이상으로, 지난해(3만3천789㏊)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또 사과 생산은 50만t(톤) 이상으로, 평년(49만t) 수준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또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사과와 배 계약재배 물량을 지난해 각각 5만t, 4만t 수준에서 2030년 15만t, 6만t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는 2030년 예상 생산량의 30% 수준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사과 계약재배 물량을 통해 2030년에는 명절 수요의 50%(12만t 중 6만t), 평시 수요의 25%(37만t 중 9만t)를 각각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계약재배 물량 중 최대 5만t은 출하 시기뿐 아니라 출하처와 용도까지 직접 관리하는 '지정 출하 방식'으로 운용해 특정 유통경로의 급격한 가격 등락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과잉 생산 때는 남은 물량을 가공용으로도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박수진 식량정책실장은 "정부가 비축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비축 인프라를 조성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지정 출하를 통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지정 출하 방식은 사실상 정부가 직접 컨트롤하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사과 안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사과 계약재배 물량을 6만t으로 확대하고 일부를 지정 출하 방식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또 일상 소비용 사과 공급을 위해 크기가 작은 사과 1만t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 밖에 농식품부는 냉해, 태풍, 폭염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 재배지인 경북 청송, 전북 무주 등 20곳을 중심으로 재해 예방시설을 보급하고, 보급률을 재배면적의 1∼16% 수준에서 2030년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예방시설 보급으로 피해를 약 31% 줄일 수 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또 포도, 감귤 재배지처럼 사과, 배 재배지에도 비가림 시설을 보급한다.

◇ 강원에 사과 재배지 2천㏊ 조성…강원사과 브랜드화도 추진
농식품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적지 북상에 따라 강원도를 새로운 사과 산지로 육성하기로 했다.
2005년만 해도 강원 지역은 전체 사과 재배지 면적의 0.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비중이 5.0%로 늘었다.
이에 정선, 양구, 홍천, 영월, 평창 등 강원 5대 사과 산지 재배면적을 지난해 931㏊에서 2030년 2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강원에 거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건립하고 '강원사과'의 브랜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농식품부는 강원 등 미래 재배 적지를 중심으로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 조성에 나선다. 스마트 과수원은 나무 형태와 배치를 단순화해 노동력을 기존 과수원에 비해 30% 정도 줄이고, 햇빛 이용률을 높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과수원이다.
농식품부는 스마트 과수원을 20㏊ 규모로 단지화해 내년에 5곳을 새로 조성하고 2030년 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2030년에는 스마트 과수원 면적은 전체 사과 재배지의 4% 수준(1천200㏊)이 되고, 여기서 국내산 사과의 8%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박 실장은 "묘목, 시설 확충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지원 조건은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이고 내년 예산부터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또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하고 산지-소비지 직거래를 늘리는 방식으로 유통단계를 1∼2단계 줄여 유통비용을 10% 절감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사과의 경우 오프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60.5%에서 30%로 줄이고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15%로 확대하는 한편 유통 비용률을 축소(62.6%→56%)할 방침이다.
사과는 2030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유통 비중을 전체 거래의 15%까지 확대하고 산지-소비지 직거래 비중도 22.6%에서 35%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지는 거점·스마트APC를 중심으로 취급 물량을 확대하도록 하고 소비지는 중소형 마트·전통시장 등의 수요 물량을 규모화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전국 24곳에 있는 거점APC 선별·저장시설을 확충하고 거점APC를 추가로 건립해 취급 물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하고 거점APC를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와 산지-소비지 직거래의 핵심 주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2022년 기준 거점APC에서 사과 유통 물량의 14%를 취급하는데, 오는 2030년에는 이 비중을 3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농식품부는 저장성이 우수한 노란사과 '골든볼', 내재해성 초록배 품종인 '그린시스' 등 신품종 시장 확대에 나선다. 또 1인 가구 확대 등의 추세를 고려해 중소과 생산도 전체 면적의 5%까지 늘리기로 했다.
신품종·중소과 특성을 반영해 규격·표시제도 개선한다. 제수용 중심의 크기 규격을 완화하고, 소비자 관심이 높은 당도 등 품질 표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추후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검역 협상 진행 등으로 수입 과일과 경쟁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이번 대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언젠가 검역 협상이 마무리되면 수입 사과, 배가 들어올 수밖에 없고 우리 사과는 미국, 뉴질랜드산 등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며 "예를 들어 스마트 과수원으로 생산 단계 비용을 낮추고 유통비용도 절감하면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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