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시절 이스탄불 시장에 축구선수·사법리스크 경험도 공통점
"패배감 야권에 희망" 평가…모욕죄 확정시 피선거권 제한 변수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최대 격전지였던 이스탄불에서 야당 에크렘 이마모을루(52) 현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라이벌로 입지를 굳혔다.
일각에서는 그의 정치적 이력에서 드러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공통점에 주목하는 등 4년 뒤인 차기 대권 도전 여부에 벌써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소속 후보로 나와 집권당 정의개발당(AKP) 후보를 득표율 10% 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로 따돌리며 재선을 확정 지었다.
2019년 정치 신인에 가깝던 위치였던 그가 당시 AKP 2인자를 상대로 깜짝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이번까지 재선에 성공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치적 근거지이자 '안방'에서 2차례 연속 체면을 구겼다.
인구 1천600만명인 이스탄불은 튀르키예 수도인 앙카라보다도 비중이 큰 정치 1번지이자 최대 경제 중심지다.
사업가 출신인 이마모을루 시장은 중도 성향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우면서 표심을 끌어모았으며 유세 기간 "민주주의는 부활할 것이고 법과 정의는 회복될 것"이라며 사법·입법권까지 장악한 에르도안 대통령을 저격하기도 했다.
유력 야권 주자로 체급을 키운 이마모을루 시장은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비슷한 경로를 거쳐왔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1994년 이슬람 성향의 야당 복지당(RP) 소속으로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며 중앙 정치인으로서 발돋움했다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두 사람 모두 튀르키예 북동부 흑해 연안에서 태어났고 우연히도 젊었을 때 축구선수로 뛰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8년 법원이 '종교적 증오'를 선동한다고 판단한 시를 낭송한 일로 투옥됐다가 이듬해 석방되자 AKP를 창당해 2002년 총선 압승을 견인했다.
이마모을루 시장도 장기집권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쟁자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다.
그가 2019년 6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자 AKP는 이의 제기를 통해 선거 결과를 무효로 뒤집었다.
얼마 뒤 재선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더 큰 표 차로 AKP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했지만, 이때 자신의 당선을 무효로 판단한 사람들을 '바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공무원 모욕죄로 기소돼 2022년 1심에서 2년 7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향후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마모을루 시장은 피선거권 등 정치 활동 금지돼 대선 출마도 물거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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