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EU 대표 법안인 '자연복원법'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더 존다흐'와 인터뷰에서 자연복원법에 대해 "좋은 것처럼 들릴 수는 있지만 나쁜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회원국으로서 이 법안 투표에서 기권할 것이며 우리나라만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 법안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차기 입법 회기에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고 제안했다.
벨기에는 올 상반기 EU 순환의장국으로서 원칙대로라면 6월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현재 계류 중인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한 역할을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법 절차가 선거 이후로 미뤄지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폐기될 수 있다.
따라서 더크로 총리의 발언은 개별 회원국 입장에서 자연복원법에 공개 반대한다는 입장은 물론, 벨기에의 의장국 임기 안에 이 법의 승인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월 가까스로 유럽의회를 통과한 자연복원법은 27개 EU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승인만 받으면 발효될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벨기에를 비롯한 다수 회원국이 기권 혹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최종 승인 투표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6월 의회 선거 이후 법안 수정을 통해 승인 절차를 다시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법은 EU 차원에서 회원국이 달성해야 하는 자연 복원 목표치를 못 박은 최초의 법으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회복을 목표로 2030년까지 육지·바다의 20%를 복원하기 위한 조치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9년 출범한 현 집행위가 2050년 기후 중립 달성과 지속 가능한 산업환경 구축을 목표로 내놓은 로드맵인 '그린 딜'(Green Deal)의 핵심 법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선거를 앞두고 유럽 각지에서 환경 규제에 반대하는 농민의 '트랙터 시위'가 확산하면서 표심을 의식한 각국에서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크로 총리도 현재 내용대로 자연복원법이 도입되면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신축을 거의 할 수 없게 되며 현재 농업용으로 사용 중인 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여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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