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회동 예상 속 中의 '국민당 파트너 삼기' 행보에 대만 반발 분위기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친중파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방중 첫날 쑹타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대만공작판공실 및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을 만나 '92공식'을 두고 의기투합했다고 대만과 홍콩의 중화권 언론이 2일 보도했다.
92공식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것으로 마 전 총통이 속한 대만 국민당은 적극적인 찬성 입장이지만, 독립·친미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반대한다.
보도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전날 선전 우저우 호텔에서 쑹 주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마 전 총통은 1992년 합의된 92공식을 고수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며 "이는 중국과 대만 양측이 손을 잡고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이며, 외부 환경이 어떻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차이점을 유보하고 공통점을 추구하면서 분쟁은 제쳐두자"고 역설했다.
이어 "양안(중국과 대만) 인민의 안녕과 중화민족의 최상의 이익을 실현하려면 양안 관계가 평화롭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면서 이는 전 세계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 전 총통은 아울러 자신의 집권기인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양안 관계가 92공식에 가장 부합하는 시기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쑹 주임은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위한 마 전 총통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하면서 "양안 동포는 한 가족으로, 가족이 화목해야 모든 것이 잘 된다. 자주 소통하고 접촉해 교류·협력·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외교가에선 마 전 총통이 '갑진년 청명 황제(黃帝) 제사'와 광둥성과 산시(陝西)성에 이어 베이징에서 뿌리 찾기(尋根)와 교류 활동을 명분으로 중국을 방문했으나,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간 결속을 다지는 데 방중 목적을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 전 총통이 이번 방중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전 작업으로 쑹 주임을 만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만 언론은 오는 11일까지로 예정된 마 전 총통의 방중 기간 중 베이징 방문 때 시 주석과 만날 것으로 관측한다.
두 사람은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바 있으며, 이번에 회동하면 두 번째다.
마 전 총통은 함께 방중한 대만의 청년 대표단과 함께 선전에 있는 유명 드론 제조업체 DJI사와 텐센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대만 내 친중 세력 리더격인 마 전 총통의 이런 행보에 대만 당국은 공식적으로 반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총통부는 지난달 25일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을 "개인 일정"으로 규정하고 필요한 협조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중국이 사실상 마 전 총통과 국민당을 양안 관계 파트너로 여기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을 인정하는 국민당 세력과만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그렇지 않은 민진당 측과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중국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집권한 2016년부터 양안 당국 간 교류를 단절해왔으며, 오는 5월 20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할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총통 정부와도 소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jinbi100@yna.co.kr,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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