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중국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본 생각과 덩샤오핑의 외교 정책을 폐기하면서 더 호전적인 외교 정책으로 대체한 것이 가장 큰 실수다."
'소프트파워 이론'을 주창한 미국의 석학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여기서 언급한 덩샤오핑 외교정책은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 노선을 가리킨다.
실제로 세력전이론의 관점에서 미중관계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력 성장의 관점에서 시기를 구분하고 있다. 국력 지표는 주로 경제력이 많이 활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국내총생산(GDP) 지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붕괴하는 1980년대까지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비교는 사실 의미가 없다. 톈안먼 사태가 일어나 정치적으로 중국이 혼란스러웠던 1989년 당시 중국 GDP는 미국의 6%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순응했고, 미국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했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의 강대국에 만족했다. 이에 따라 2008년까지 중국의 외교 전략은 도광양회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미중 관계의 1차 변곡점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나타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었지만 '세계공장'으로 성장한 중국은 경제성장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0년 중국은 일본을 넘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다. 이때 중국의 GDP는 미국의 40%에 도달했다.
미국과의 국력 격차가 축소되자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 내부에서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목소리가 공산당 기관지 등에서 제기됐다. 학자들은 이런 흐름을 '유소작위'(有所作爲·무언가를 성취하기) 시기로 지칭한다. 나이 교수가 2009년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의 등장 이후 중국은 미국에 대한 도전 의지를 노골화했다. 시 주석은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신형대국관계'를 강조했고, 이제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충돌'(strategic collision)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학계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패권 경쟁에 돌입한 미중관계의 전망은 몇갈래로 구분된다. 현 지배국인 미국이 결국 중국을 어렵지 않게 좌절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주로 서방에서 우세하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현상 변경)할 것이라는 시각도 일부 제기되고 있고, 결국 양국이 적절한 타협과 절충을 통해 국제질서를 끌어나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과거 미중 관계의 협력을 중시했던 나이 교수는 미중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그는 "일부 학자는 중국 경제가 특정 시점에 미국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내가 들은 바로 그것은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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