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리스크 커져…산·학·연 관계 회복 적기"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KIMM) 원장은 2일 "산업기술 생태계 최정점에 있는 대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간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출연연과 대기업이 멀어진 지 오래돼 산업계 협력을 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며 출연연이 기업의 혁신 파트너임을 다시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류 신임 원장은 두산중공업에서 부사장,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지낸 산업계 출신이다. 지난해 12월 7일 기계연 19대 원장으로 선임됐다.
기계연에서 산업계 출신이 원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전체로 넓혀 봐도 흔치 않은 사례로 꼽힌다.
류 원장은 취임 이후 일성으로 기계 기술에 디지털·인공지능(AI)을 융합해 산업 분야 초격차를 확보하는 '디지털-KIMM' 전환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기계연 조직을 학제와 기능 중심에서 반도체 장비, 수소플랜트, 히트펌프, 이차전지, 첨단로봇 등 임무와 제품 중심으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강화하는 반도체 장비와 같은 분야에서 초격차 달성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협력이 필수이지만, 출연연과 대기업 간 협력이 10~15년간 끊겨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류 원장은 "오래전부터 정부가 의도적으로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 중견기업 위주로 출연연과 협력하도록 하다 보니 대기업이 출연연 보유 기술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그는 부품이나 모듈 등의 성능을 키우는 기술을 개발해 우선 협력하고, 향후 장비 등으로 점차 확장하는 이른바 '야금야금'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이후 기계연에 삼성전자[005930],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대기업들이 계속해 방문하고 있다며 대기업들도 현재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인식이 생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류 원장은 "미래 리스크가 큰 만큼 대기업도 단독으로 전환기를 헤쳐 나가기 어려운 만큼 지금이 산학연 관계를 회복하고 한 팀으로 가는 적기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톱다운' 방식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그는 제언했다.
류 원장은 "최상층에서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이야기하면 실무자도 리스크를 줄이면서 장비 도입 등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이런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데, 다시 생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연의 디지털 전환 역량이 뛰어나지만, 현재 보유한 역량으로는 부족하다며 AI 확산팀을 신설해 AI 문화를 확산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력개발팀을 3개 조직으로 확대 개편해 인재 유치와 자체 인력 양성을 통해 디지털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그는 강조했다.
류 원장은 기계산업 분야 데이터 플랫폼이 없다며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위주로 플랫폼을 구축하고 설루션을 탑재해 외부에서 구독하는 형태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연연이 구독경제를 이야기하니 이상한 것 같지만 정부 지원이 끊어지면 자생력이 없다"며 "최소한 플랫폼이 굴러갈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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