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악한 정권 징벌" vs 이스라엘 "우리에 맞서면 큰 대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으면서 중동의 앙숙인 양국이 직접 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혐오스러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우두머리들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가 숨진 것을 거론하면서 "사악한 정권을 우리 용감한 사람들의 손으로 징벌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영사관 폭격을 테러와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하면서 "비겁한 범죄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도 이에 굴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란 영사관 폭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하마스, 헤즈볼라의 배후로 지목하는 이란을 겨냥해 강하게 경고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란 영사관 공습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중동 전역에서 '적대세력'에 맞서 같은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크네세트(의회) 외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스라엘의 목표는 적의 세력 구축을 막는 활동을 모든 곳에서 매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선이 여러 개인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증거를 매일 보고 있다"면서 "중동에서 우리에게 맞서는 모든 세력에게 이스라엘에 맞설 경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 폭격이 이스라엘에 적대행위를 한 데 따른 대가이며 앞으로도 이스라엘은 이런 활동을 중동 전역에서 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스라엘은 폭격당한 이란 영사관이 일반 외교 공관이 아니라 중동의 친이란 무장조직을 관할하는 지휘통제소로 역할 한다고 의심한다.
영사관 폭격 이후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 수위 높은 경고를 주고 받으면서 양국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도 상당히 커졌다.
그동안 이란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대리군 삼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에 대항해왔지만 이스라엘과 전면적인 충돌은 피했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대리 세력에 대한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란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과거엔 종종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 등을 공격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방법을 쓰긴 했지만 이런 사실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던 이란 시설이 대부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비밀 군사시설이었던 것과 달리 이란의 외교공관 표적이 되었다는 점은 이들의 대결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양국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이란 최고지도자가 보복과 징벌을 선언한 만큼 이란이 비대칭 전력으로 이스라엘을 노릴 공산도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높이기 위해 외교공관 폭격의 책임을 이유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제한과 같은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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