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인력 오폭까지 겹치며 바이든의 '이스라엘 딜레마' 재확인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사회 내부에서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관한 무슬림 초청행사 참석자가 항의 표시로 행사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일이 있었던 것으로뒤늦게파악됐다.
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무슬림 견해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비공개 행사에서 참석자 중 한 명인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의사 타에르 아흐마드가 항의 차원에서 중간에 퇴장했다.
가자지구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그는 행사장에서 나가기 앞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자지구 남단인 라파에 거주하는 8살 소녀의 편지를 건넸다고 AP는 전했다.
현재 가자지구 피난민 100만 명 이상이 체류중인 라파는 미국의 만류 속에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다.
이런 돌발 행동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해한다"(I understand)며 대체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고 아흐마드 씨는 AP에 전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항의 퇴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을 질문받자 바이든 대통령이 "평화롭게 항의할 그들의 권리를 존중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미국이 취한 입장에 대해 국내에서 점점 확산하는 불만과, 바이든 대통령의 딜레마를 재확인시켰다.
작년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전쟁 과정에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미국 대중,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분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1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창고에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국제구호단체 소속 차량 3대가 이스라엘군의 오폭을 받아 미국-캐나다 이중국적자 1명을 포함해 7명이 숨진 사건으로 미국내 대이스라엘 민심은 더욱 악화했고,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도 더 커지고 있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2일 치러진 위스콘신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99% 개표 상황에서 88.6%의 득표율(약 50만 7천표)을 기록했지만 '지지후보 없음'(uninstructed)이 8.4%(약 4만8천표)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수는 중동 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일부러 외면한 것으로 추정됐다.
위스콘신주는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로,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2020년 대선때 위스콘신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과 2만여 표 차이로 승리했다는 점에서 4만표 이상의 '지지후보 없음' 투표는 바이든 대통령 진영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고 메시지'로 여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피에르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구호 인력 오폭에 따라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이 변했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와 인도적 지원에 대해 미국이 이스라엘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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