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25년만의 최대 강진에도 적은 인명피해…"지진 대비 최고"

입력 2024-04-04 11:12   수정 2024-04-04 16:43

대만, 25년만의 최대 강진에도 적은 인명피해…"지진 대비 최고"
1999년 강진 교훈 삼아 철저 대비…"엄격한 건축법규·안전캠페인 시행"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3일 오전 대만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7.2(미국·유럽 지진당국 발표는 7.4)에 달하는 강진으로, 대만 지진으로는 1999년 이후 25년 만의 최대 규모다.
4일 오전 현재 대만 당국이 집계한 인명피해 규모(3일 오후 10시 기준)는 대만 전역에서 사망자 9명, 부상자 1천11명 등이다.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원자폭탄 32개가 한꺼번에 터질 때와 맞먹는 지진 파괴력에 비해 인명피해는 우려했던 것보다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외신들은 지진을 자주 겪는 대만이 내진설계 등 지진에 잘 대비해 왔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AP통신은 "대만은 강력한 지진이 낯설지 않다"면서 "최첨단 기술을 갖춘 대만의 인명피해는 뛰어난 지진 대비 덕분에 상대적으로 억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장 피해가 컸던 화롄(花蓮)현은 여러 건물이 피해를 입었지만, 수도 타이베이는 강한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망자들도 산사태로 굴러떨어진 바위 등에 부딪혀 숨진 경우가 많았고, 직접적인 건물 붕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롄현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는 유명 관광지인 타이루거국가공원에서 4명, 쑤화고속도로 주차장에서 1명, 다칭수이터널 휴게구역에서 2명, 광산 지역에서 1명, 화롄현 시내 건물에서 1명이 각각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대만이 1999년 9월 21일 규모 7.6 지진을 겪은 이후 철저히 대비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대만과 그 주변 해역에서는 1980년 이후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약 2천회, 규모 5.5 이상의 지진이 100회 이상 발생했다.
25년 전 '921 지진' 당시에는 약 2천400명이 숨지고 10만명이 부상하고 건물 5만채가 파손되는 엄청난 인명 재산 피해를 겪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정치학 및 공공정책 교수인 대니얼 올드리치는 "당시 전문가들은 921 지진에 대한 대만 당국의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며 "응급의료 대응팀이 도착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렸고, 구조대원들의 훈련이 부족했으며, 정부 기관 간의 작전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대만 정부는 지진 등 재해 대비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고, 지진에 대한 대응 및 훈련을 담당하기 위해 2개의 국가급 센터를 설립했다.
아울러 신축 건물과 기존 건물에 요구되는 내진 설계 기준을 지속해 높이면서 건물 내진설계 기준을 확인하려는 주민에게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대만은 또한 학교와 직장에서 지진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공공 미디어와 휴대전화에는 지진과 안전에 대한 공지가 정기적으로 게재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대만은 2016년에도 남서부 해안의 타이난에 강진이 발생했지만, 주요 구조물 중 붕괴한 것은 17층짜리 고층 아파트 건물이 유일했다.
지난 3일 지진은 아침 출근 시간에 발생했지만 진앙과 가까운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하철 운행이 잠시 중단된 이후 재개되는 등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미주리 과학기술대학교의 지진학자이자 교수인 스티븐 가오는 "대만은 엄격한 건축 법규, 세계적 수준의 지진학 네트워크, 지진 안전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 교육 캠페인을 시행해 왔다"며 "대만의 지진 대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전문가를 인용, "대만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든 기술적 전문성 덕분에 25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지진에서도 피해와 사상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립대만대학교 지구과학과 교수 겸 국립방재과학기술센터 팀장인 우이민은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3∼5년 동안 이 센터가 개발한 재난 대응 시스템이 더욱 발전했다"면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j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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