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정하면 '완벽성능'…판단·정보실패 땐 '참담한 흉기'
"하마스 대량살해 목표에 매몰"…"표적 식별역량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1일(현지시간)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과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구호트럭 폭격은 이스라엘이 가진 정밀타격이 가진 강점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추고 훈련받은 이스라엘의 정밀타격은 정밀한 정확성을 자랑하지만, 애초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에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는 비극을 낳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 등 7명을 살해한 이란 영사관 폭격과 불과 몇시간 후 발생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트럭 오폭은 정밀타격의 양면을 대조해 보여준다.
WCK 직원 7명이 숨진 이번 사건 후 이스라엘은 "의도치 않은 사고"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4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그 원인을 전쟁에서 흔히 일어나는 요인들로 돌리고 있다. 민간인과 전투대원이 뒤섞여있는 복잡한 전장, 밤이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던 현장 상황과 함께 표적이 움직이고 있어 지휘관들이 단시간 내에 결정을 내려야 했던 여건 등이 거론된다.
이에 반해 이란 영사관 폭격은 세심하게 계획됐다. 고정된 목표물에 정확한 시간에 맞춰 이뤄진 작전으로, 이스라엘 군과 정부 고위층의 승인을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했다.
IRGC 대원들이 말하는 세부 정보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분 단위 공격 시점까지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정보는 영사와 다른 민간인들이 영사관을 떠나고, 이란 주요 지휘관들이 가자 전쟁 논의차 하마스와 만나기 위해 그곳에 있었던 시간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의 설명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공격 후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사용해 온 '총격 우선' 교전 방식의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오픈대학 야길 레비 교수는 "(공격이) 매우 정확했다는 점에서 정확성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황을 면밀히 고려한 후에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는 부주의로 인한 과실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레비 교수는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은 가능한 많은 하마스 대원을 죽이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많은 경우, 하마스 대원을 조준하는 것은 (민간인은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민간인 면제 존중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미 육군대학원(USWAC)의 존 나글 교수는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의 군대가 위험에 처했다고 느꼈다. 군대를 보호하겠다는 열망이 민간인을 보호하겠다는 결정보다 우선했다"고 진단했다.
나글 교수는 반면 시리아 영사관 폭격은 "완벽하게 실행됐다"며 "작전 시간과 장소가 통제됐고 고정된 장소에서 이뤄졌다. 이 임무에서 힘든 부분은 군사 작전이 아니라 정보 수집이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우발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인질 3명을 실수로 사살해 공분을 샀다. 지난 1월엔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의 최대 통신사 팔텔의 호송대에 총격을 가해 기술자 2명이 숨졌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이들 사건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나글 교수는 특히 전쟁 후 민간인 중 하마스 대원의 수가 감소했다는 점을 들어 이스라엘군은 교전 규칙을 강화해 발포가 허용되는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표적을 더 잘 식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라엘 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두 사건의 비교를 거부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을 지낸 전 주미대사 마이클 B. 오런은 "시리아와 같이 가자 밖에서 이스라엘이 마주하는 복잡성은 훨씬 적다"며 "표적은 훨씬 더 쉽게 식별되고 제거되며 인적 오류의 범위도 훨씬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사평론가 아모스 하렐은 이번 사태는 단지 전력 소모의 결과라며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이런 극한 환경에서 이어지는 전쟁의 대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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