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개인중립선수' 제한에 조정·양궁·수영 등 불참 선언
"국가 대표한 선수 아닌데 세금 지원하기 어려워"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2024 파리올림픽에 자발적으로 불참을 선언하는 러시아 선수가 잇따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스포르트 엑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영 여자 평영 200m 세계 기록 보유자 예브게니아 치쿠노바는 전날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조정 대표팀은 지난 2일 파리올림픽 유럽 예선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에는 러시아 양궁연맹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한국에 패해 은메달 2개를 획득한 옐레나 오시포바는 "국기와 국가 없이 대회에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 선수들이 파리올림픽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중립선수'로 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러시아와 이를 도운 벨라루스에 대한 징계로 두 국가 선수는 개인중립 자격으로만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중립선수는 군이나 보안기관과 연관이 없어야 하고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면 안 된다. 자국 국기나 국가도 사용할 수 없고 개회식 행진에도 참여할 수 없다. 축구, 농구, 배구 등 단체 종목은 아예 출전이 금지된다.
현실적인 이유로 출전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요트 선수들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장비 조달과 운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비용 부담도 크다며 불참을 결정했다.
러시아 선수는 올림픽 출전 자격이 걸린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나 스포츠부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관에서 자금을 받는 선수는 '중립' 지위를 잃어 올림픽 무대에서 뛸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4위 다닐 메드베데프 등 러시아 테니스 선수들은 자비로 파리올림픽에 출전하기로 했다.
러시아 스포츠 단체를 후원하는 억만장자들이 파리올림픽에 나서는 개인중립선수의 참가 비용을 댈 수도 있지만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사례는 아직 없다.
개인중립선수가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더라도 국가 차원의 포상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출신 하원(국가두마) 의원인 스베틀라나 주로바는 "그들은 국가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개인 선수"라며 "국민은 국가를 대표하지도 않은 선수에게 세금을 쓰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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