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조종사·연인 등에 기업기밀 넘겼다 기소…검찰과 유죄 인정 합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연인과 친구 등에게 투자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구단주 조 루이스(87)가 500만달러(약 67억원) 벌금형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이날 루이스에게 벌금 500만달러와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전세계 200개가 넘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 타비스톡그룹 설립자인 루이스는 지난해 7월 내부자 거래 등의 혐의로 미 맨해튼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금융계에서 가진 지위 덕분에 이사회의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고, 수년간 지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수백만달러를 챙겼다고 주장했다.
루이스는 2019년 7월, 자신이 투자한 제약회사가 개발 중인 항암제에서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린 혐의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전용기 조종사 2명에겐 각각 50만달러(약 6억7천만원)를 빌려주면서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다. 당시 함께 한국에 머물고 있었던 여자친구에게도 이 정보를 흘리며 투자를 권했다.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되자 이 제약회사 주가는 16% 이상 급등했다. 조종사는 투자금을 빼 루이스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 루이스의 여자친구는 투자금 약 70만달러(약 9억5천만원)의 두배 이상을 벌었다.
루이스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45년형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형은 면하기로 검찰과 합의했다.
그는 검찰과 유죄 인정 합의를 하면서 당시 조종사들이 공식적인 은퇴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이 같은 계획을 세웠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억만장자라도 법 위에 있지는 않다"면서도 루이스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미 당국 조사에 협조한 점, 고령에 건강이 악화한 점 등을 들어 선처를 구했다.
제시카 클라크 판사는 루이스의 죄가 "의심의 여지 없이 심각하다"면서도 그가 수감된다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루이스는 법정에서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형량 합의의 일환으로 루이스 소유의 회사 브로드 베이 역시 증권사기 유죄를 인정하고 4천400만달러(약 595억원) 벌금형을 받았다.
그에게 정보를 받아 투자한 조종사 패트릭 오코너도 내부자 거래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오는 5월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조종사 브라이언 워는 무죄를 주장했으며 올해 말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루이스에게 받은 정보가 공개된 사실이 아니라 기밀이라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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