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로 뇌·신체 발달 못해 면역체계 등 몸 약해질 것"
"어린이·임신부·수유여성 하루 두가지 이하 식품으로 연명"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혹독한 전쟁으로 굶주리면서 평생 건강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사와 전문가들은 영양 부족과 이스라엘군의 끊임없는 폭격, 전염병,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일생 동안 건강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영양실조로 뇌와 신체가 완전히 발달할 수 없고, 그 결과 면역체계와 장기 등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등 몸도 전체적으로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소아과병원 의사인 줄피카르 부타는 "영양 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뇌의 성장이 멈춘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21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태어난 아심 알-나자르의 경우 출생 당시 몸무게가 3.6㎏를 넘었지만 3개월 사이에 2.7㎏ 정도로 줄었다.
아심의 어머니가 충분히 먹지 못해 더는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었고 분유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아기 아버지는 말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는 약 50명의 아이가 심각한 탈수와 영양실조로 치료받고 있다고 이 병원 책임자인 후삼 아부 사피야가 전했다.
병원에는 환자와 직원들을 위한 음식과 깨끗한 물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비롯해 대부분 직원의 몸무게가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제대로 먹지 못한 임신부는 저체중아를 출산하고 이 아기는 영양실조로 발육이 안 되면서 생명도 위험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25명 이상이 영양실조와 관련된 합병증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어린이와 임신부, 모유 수유 여성의 90% 이상이 하루에 빵 등 두 가지 종류 이하의 식품을 먹으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의 선임 영양 고문인 아누라다 나라얀은 이들이 이전에는 더 많은 단백질과 신선한 과일, 채소, 우유를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세프가 가자지구 북부에 급성 영양실조를 치료할 수 있는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든 치료용 식품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자지구에서 국제구호단체의 구호 트럭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구호 요원 7명이 숨지면서 현지 구호 활동도 위축되고 있어 굶주림의 공포가 더 커지고 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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