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하수 처리로 비난여론…외국기관들, 현금 투입 거부
"英정부, 국가 일시관리에 부정적"…'민영화 실패 징후' 지적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민영화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국 최대 상하수도 업체 템스워터의 모기업이 채권자들에게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통보했다.
5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템스워터의 지주회사 켐블 워터는 지난 3일 4억 파운드(약 6천800억원) 회사채의 이자 지급일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켐블 워터는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1억9천만 파운드(약 3천200억원) 상환을 포함해 원리금을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1억9천만 파운드 회사채의 경우 주요 기관 투자자 가운데 중국 국영 중국은행과 중국공상은행(ICBC), 네덜란드 ING 등이 포함돼 있다.
템스워터는 잉글랜드 인구의 4분의 1 이상인 1천600만 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영국 최대 수도회사로, 147억 파운드(약 25조800억원)의 빚더미를 안고 있다.
당장 고객 서비스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템스워터의 위기는 악화하고 있다. 상당한 구조조정이나 파산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일시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는 총선을 앞둔 탓에 템스워터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영국 정부는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인 1989년 잉글랜드 수도를 민영화했다.
켐블 워터를 통해 템스워터에 투자한 주요 외부 주주는 캐나다와 영국 연기금, 아부다비 국부 펀드, 중국투자공사 등으로 최근 템스워터에 대한 5억 파운드(약 8천500억원) 현금 긴급 투입을 거부했다.
템스워터는 최근 부실한 하수 처리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영국 환경청은 지난달 말 잉글랜드에서 미처리 하수가 방류된 시간이 전년의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영국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조정 경기에서 선수들이 대장균 수치가 치솟고 악취가 나는 템스강의 수질 악화에 불만을 토로하는 일도 벌어졌다.
템스워터가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난해 여름부터 나왔으며, 이는 민영화의 실패 사례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설에서 "템스가 일시적이라도 공공 소유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자연의 전유물을 민영화하는 대실험의 실패라는 추가 징후"라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정부는 민영화 이후 투자가 갑절이 됐고 효율성 증대로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많은 업체가 금융공학의 놀이터가 됐다. 이 부문에서 600억 파운드(약 102조5천600억원) 빚을 쌓는 동안 720억 파운드(123조800억원)가 배당금으로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잉글랜드처럼 물 공급을 민영화한 곳은 거의 없다면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도 국유 상태이고 전 세계 90%가 상하수도를 공공 소유, 운영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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