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지난 5일(현지시간) 이도훈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한국 정부가 발표한 제재 조치에 항의했다. 우리 정부가 앞서 북러 군수물자 운송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 2척과 북한 노동자의 대러 송출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개인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한국 정부가 북러 간 협력 관계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불법 협력'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에 기반해 제재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어불성설일 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에 북한과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을 금지토록 하고 있으며,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송환토록 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이번 제재는 이런 유엔 결의와 국제법 원칙에 근거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레이디 알'·'앙가라' 등 러시아 선박 2척은 다량의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며 군수물자를 운송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제재를 '대북 제재'로 규정했는데 불법적 북러 협력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런 제재에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감을 높이고 결국에는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비생산적이며 강압적인 조치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탄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 3일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미사일을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했다며 미사일 체계 완성을 선언하고 나섰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작금의 안보 현실이다. 한반도는 물론이고 국제 안보 질서를 위협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러시아 정부도 모를 리 없다. 유엔 대북제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책임을 다하지 않은 러시아 정부의 항의는 적반하장격이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불법적 협력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말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해온 유엔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묻는 결의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며 전문가 패널의 활동을 무산시켰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과는 동떨어진 무책임한 행위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위상에 의문을 던지게 만든 일이다. 정부는 한미 안보 공조 체제를 강화하면서 안보리 전문가 패널 활동 연장 무산에 따른 허점을 메울 다방면의 방안을 국제사회와 모색해 가야 한다. 동시에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자로 복귀하도록 러시아를 설득하고 한러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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