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2회씩 가스 수류탄 투하"…우크라군 "방독면 필수품 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2년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군이 최전방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국제 협약상 금지된 화학 무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전방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대부분 최루탄과 다른 화학 물질을 투하하는 러시아군의 소형 드론의 공격을 거의 매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루탄의 일종인 CS가스를 우크라이나군에 발사하고 있다. CS가스는 1997년 체결된 국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따라 전장에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러시아 역시 CWC 가입 당사국이다.
도네츠크주의 최전방 도시 차시우야르에 주둔한 우크라이나군 정찰부대 사령관 이호르는 텔레그래프에 "전방의 우리 지역 진지에 하루 한 두발의 가스 수류탄이 투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르는 우크라이나군 상당수가 매복해 있어 러시아군이 재래식 대포나 미사일로 공격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들이 우리를 성공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스를 사용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가스는 살상용은 아니지만, 공황 상태를 유발해 군인들이 탈출하도록 만든다고 이호르는 말했다. 매복해있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가스 공격에 당황해서 나오면 그때 러시아군은 재래식 무기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CS가스는 인체에 작용할 경우 호흡곤란과 점막 자극, 피부 발진과 같은 화학적 화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화학무기 공격이 이어지는 탓에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는 방독면 상시 소지가 필수가 됐다.
자포리자주 로보티네에 주둔한 우크라이나군 보병대 사령관인 미하일은 "방독면이 많은 목숨을 구했다"며 병사들이 항상 방독면을 휴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크 마이클 블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전 소장은 전장에서 회수된 러시아군이 발사한 탄약이 최루 가스가 채워진 K-51 수류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 밖에도 다른 화학 가스가 투하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군 의무병 레베카 마치오로스키는 지난해 러시아군 드론이 도네츠크주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으깬 아몬드 냄새'가 나는 정체불명의 가스가 담긴 탄약을 떨어뜨렸는데, 이 가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시안화수소로 의심됐다고 말했다.
시안화수소는 청산이라고도 불리는 유독성 물질이다.
다만 텔레그래프는 이 주장을 별도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이 감행한 가스 공격은 총 626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마치오로스키는 이 수치가 과소 집계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로서는 많은 우크라이나군의 사망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가스 공격에 대비한 보호 장비가 충분치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네츠크주의 이호르 사령관은 "우리에게 방독면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구소련 모델이라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다. 심지어 필터에 석면이 들어있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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