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금리인하 전망 때문' 해석은 시점 안 맞아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금 가격이 3월 초부터 급등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일반 투자자는 물론, 시장 전문가들조차 혼란에 빠졌다.
' 왜 갑자기? 무슨 이유로 지금 시점에 금이 폭등하는 거지?'에 대한 답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의 금값 급등에 대해 시장의 노련한 전문가들조차 명쾌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은 대체로 금리가 하락하면 오르는 경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올해 말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금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지정학적 환경도 불안하고 세계 경제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라 금 가격 급등은 설명하기 쉬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금은 이전까지 비교적 안정적 가격대에서 움직이다가 3월 초부터 급등해 지금까지 14% 올랐다.
이에 비해 지정학적 긴장은 그 이전부터, 심지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한 달 전에 비해 지금이 훨씬 불투명한 상태다.
지정학적 긴장이나 금리인하 전망은 금값 급등의 시점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분석가들은 서로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경제적 무기로서의 달러화 역할이 약해진 것을 우려한 연준이 금을 사들인 건가?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데 베팅하는 펀드 때문인가? 단순히 금값이 오르고 있으니 알고리즘에 따라 이를 더 편입하는 매수세인가? 인플레이션이나 경착륙 우려 때문인가? 등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각국의 중앙은행이나 대형 금융기관, 트레이더들이 금을 많이 샀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충분한 답은 못 된다.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려 금값을 사상 최고치로 올려놓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인민은행 금 보유고는 지난 달 7천274만 트로이온스로 증가했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금 보유 확대는 17개월째 이어진 것으로, 최근의 급등기에만 두드러졌다고 볼 수 없다.
인도 중앙은행도 9개월째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시장에 대한 두려움이나 욕심에 따라 금 매입에 나섰다는 조짐은 없다.
투자자들이 쉽게 매입할 수 있는 금 상장지수펀드(ETF) 유출액이 오히려 늘고 있는 점도 미스터리다.
ETF 스토어의 네이트 제라시 대표는 "이는 ETF 시장에서 본 것 중 가장 기이한 현상"이라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중앙은행 매입이나 개인투자자의 현물 매입 등은 매우 많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금 가격 급등에 모든 이가 관련돼 있지만 특별히 누가 주요인이라고 할만한 이는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금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높게 보고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금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삭소뱅크AS의 올레 한센 상품 전략팀장은 "여전히 높은 금리 상황에서 나온 이번 금값 랠리는 일반의 상식을 거스르는 것"이라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앙은행들의 탈세계화 흐름 속에 인플레이션 지속과 경착륙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sat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