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은 다 물에 잠겨"…러 최악 홍수에 주택 1만채 침수

입력 2024-04-09 02:49   수정 2024-04-09 14:09

"1층은 다 물에 잠겨"…러 최악 홍수에 주택 1만채 침수
당국 대처에 항의하는 시위도…쿠르간주에도 비상사태 선포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거의 모든 건물의 1층은 물에 잠겼어요. 5층에 살고 있는데도 전기와 가스 모두 끊겼어요."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주 오르크스에서 발생한 홍수로 대피한 주민 알렉산드라 모로조바 씨가 8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전한 현지 상황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우랄강의 댐 일부가 무너지며 발생한 홍수로 이날 오전 기준 1만168채 이상의 가옥이 침수되고 어린이 1천478명을 포함해 6천127명이 대피했다.
이재민 다리아 치타예바 씨는 "5일 저녁 경찰이 확성기로 대피하라고 소리치며 각 집 창문을 두드렸다"며 "날 먼저 대피시키고 이웃을 돕던 아버지는 지하실이 침수되자 마당에 둔 보트를 탔다. 10분 만에 집 안에 물이 가득 찼고, 1층이 모두 잠겼다"고 떠올렸다.
또 다른 주민 세르게이 수하노프 씨는 "택시를 부르고 싶었지만 위험 지역에 오고 싶어 하는 기사는 없었다. 결국 버스를 타고 대피할 수 있었다"며 "길고 긴 우회도로를 달려야 했다. 많은 도로가 막혀 있었고, 버스 기사는 침수된 도로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상황을 계속 확인해야 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서둘렀다. 급한 마음에 고양이는 지붕 위에, 개는 베란다에 두고 왔다"며 "다음 날 동물들에게 다시 가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다리가 폐쇄돼 돌아갈 수 없게 됐다"며 구조대원들에게 동물 구조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에 나선 미니버스 운전사 블라디미르 씨는 "정부 요청으로 무료로 사람들의 대피를 돕고 있다. 이 임무가 끝날 때까지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터보트를 타고 이재민들에게 식수 등 필요한 물건을 임시 대피소로 가져다주는 자원봉사자, 미처 대피하지 못한 반려동물들을 임시 보호센터로 데려다주는 자원봉사자들도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텔레그램 뉴스 채널 '오스토로즈노 노보스티' 등 독립 매체들은 이날 오르스크 시청 앞에서 당국의 대처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댐이 홍수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 부끄럽다는 구호를 외치고, 구조 작업도 부실했고 피해보상금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날 오렌스크주에 연방 비상사태가 선포된 데 이어 이날은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쿠르간주에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바딤 슘코프 쿠르간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오늘 밤 홍수가 예상된다"며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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