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남부 칸유니스 폐허로 변해
잔해 밑에선 방치된 시신 발견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상군 병력 상당수를 철수하면서 이 지역 최대 도시 칸유니스로 돌아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6개월째 이어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마주한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 대신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떠난 칸유니스의 풍경은 처참했다. 폭격으로 도시 곳곳의 건물들은 부서져 있었다.
주거지도 상당수 훼손돼 살 수 없는 곳이 됐고 모스크도 여럿 파괴됐다.
도로와 기반 시설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전기 공급도 원활하지 못해 주민 불편이 이어졌다.
잔해 밑에서는 방치된 시신이 발견됐다.
칸유니스 인근 '유럽 병원'은 전날 성명에서 아침부터 팔레스타인인 시신 46구가 들어왔다며 "시신 대부분은 칸유니스 동쪽 지역에서 왔다"고 밝혔다.
이어 "시신은 이미 부패했고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에서 발견됐다"고 부연했다.
주민들은 칸유니스가 예전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데 대해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 주민인 칸딜(46)은 "우리는 결국 집을 찾지 못했다"며 "우리가 겪은 파괴의 규모와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무함마드 아부 디압(29)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입을 옷을 발견할 때까지 잔해라도 뒤져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나이를 밝히지 않은 아마드 아부 알 리시는 "남은 건 잔해뿐"이라며 "동물도 살 수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겠는가"라고 호소했다.
그나마 멀쩡한 모습을 유지한 주택은 강도떼의 약탈 대상이 됐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앞서 7일 이스라엘군은 1개 여단을 제외한 지상군 병력 대부분을 가자지구 남부에서 철수한다면서 그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철수가 휴전 협상과 관련이 있는지 등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인 8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 일정을 잡았다며 지상전 강행 의지를 재차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을 위해 이번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자지구에는 인질 130여 명이 억류돼 있고 이들 가운데 약 30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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