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다시 갈림길…휴전이냐 라파 지상전이냐
미국, 새 중재안 제시…바이든 휴전압박 통할까
네타냐후 '공격 날 잡았다' 입으론 강경론 되풀이
이스라엘에선 휴전 낙관론…야권대표 미국 찾아 협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반년째 지속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이 멈출지, 아니면 더 심한 참사로 갈지 갈림길에 섰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들 전쟁 주체에 휴전을 촉구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과 완승으로 전쟁을 매조지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 같은 대치 형국은 8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주변국의 중재로 계속된 휴전협상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 미국, 새 중재안 '권고'…바이든 압박 통할지 주목
미국 정부는 6주간 즉각적 휴전과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의 석방을 위한 새로운 중재안을 양측에 제시했다.
CNN방송,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인질 40명(전체 100여명 추정)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명의 교환, 가자지구 남부 피란민의 제약없는 북부 복귀가 중재안의 골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 협상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서는 접점이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들 의제가 자국 안보를 위해 전면 해체 대상으로 삼은 하마스의 생존과 연계되는 까닭에 신중하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향해 휴전을 위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 네타냐후 "라파공격 날 잡았다" 강경론 되풀이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미국 정부와 전례 없는 불화를 겪는 이스라엘 정부는 여전히 시큰둥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사사건건 반목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도 보란듯이 강경론으로 일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일단 영상 성명을 통해 카이로 협상에 대한 세부 보고를 받았다면서 바로 재를 뿌렸다.
그는 하마스를 궤멸하기 위해서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진입 작전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건(라파 공격은) 일어날 것"이라며 "날짜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권고에 대한 또 다른 저항으로 읽힌다.
라파는 가자지구 인구 절반 정도인 100만여명이 몰린 최후 피란처로 교전 때 민간인 대량살상이 우려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에 반대한다.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것도 라파 참사 가능성 때문이다.
◇ 궁지 몰린 네타냐후…협상 촉진용 강성발언일까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지상전의 날까지 잡아뒀다고 긴장 수위를 높였지만 진의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발언의 수위는 높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군사적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라파에 대한 대규모 지상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일관적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그런 대규모 지상작전이 임박했다거나 병력의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그간 행태를 고려할 때 '날을 잡았다'는 발언은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압박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호요원 폭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인질 귀환을 촉구하는 반정부시위 등을 고려할 때 휴전 합의가 절실한 선택지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 남부에서 병력 일부를 뺀 것 자체가 협상을 촉진하려는 중대한 양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강성발언이 연립정부 내 극우 정파를 달래려는 제스처일 가능성을 주목했다.
연정 내 대표적 극우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대규모 라파 공세 없이 전쟁을 끝내려고 하면 총리직을 유지할 권한이 없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 이스라엘 내 휴전 낙관론…야권인사, 미국 찾아 협의
이스라엘 고위관리들 사이에서는 휴전에 대한 기존에 없던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신병들을 향한 연설에서 인질 석방 가능성을 전쟁 성과로 들었다.
그는 "(전쟁이 진전되면서) 인질을 데려올 수 있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이스라엘군 라디오에 나와 "중대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협상에 무게를 뒀다.
카츠 장관은 "일이 잘 풀리면 많은 인질이 집에 돌아오고 단계적으로 모두 돌아올 것"이라며 "예전보다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안팎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전쟁에서 일방적 행보를 일삼는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정설이 된 지 오래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네타냐후 총리의 라이벌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최근 조기총선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등과 휴전 협상 등 현안을 논의했다.
라피드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고의 동맹"이라며 "최근의 어떤 사태도 어떤 정권도 이런 우정을 해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타냐후 정권의 일방행보에 대해서는 "가자주민을 해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도 "우리가 인간방패를 쓰는 끔찍한 테러조직과 싸우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원론을 강조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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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 중재안 제시…바이든 휴전압박 통할까
네타냐후 '공격 날 잡았다' 입으론 강경론 되풀이
이스라엘에선 휴전 낙관론…야권대표 미국 찾아 협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반년째 지속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이 멈출지, 아니면 더 심한 참사로 갈지 갈림길에 섰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들 전쟁 주체에 휴전을 촉구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과 완승으로 전쟁을 매조지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 같은 대치 형국은 8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주변국의 중재로 계속된 휴전협상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 미국, 새 중재안 '권고'…바이든 압박 통할지 주목
미국 정부는 6주간 즉각적 휴전과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의 석방을 위한 새로운 중재안을 양측에 제시했다.
CNN방송,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인질 40명(전체 100여명 추정)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명의 교환, 가자지구 남부 피란민의 제약없는 북부 복귀가 중재안의 골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 협상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서는 접점이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들 의제가 자국 안보를 위해 전면 해체 대상으로 삼은 하마스의 생존과 연계되는 까닭에 신중하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향해 휴전을 위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 네타냐후 "라파공격 날 잡았다" 강경론 되풀이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미국 정부와 전례 없는 불화를 겪는 이스라엘 정부는 여전히 시큰둥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사사건건 반목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도 보란듯이 강경론으로 일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일단 영상 성명을 통해 카이로 협상에 대한 세부 보고를 받았다면서 바로 재를 뿌렸다.
그는 하마스를 궤멸하기 위해서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진입 작전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건(라파 공격은) 일어날 것"이라며 "날짜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권고에 대한 또 다른 저항으로 읽힌다.
라파는 가자지구 인구 절반 정도인 100만여명이 몰린 최후 피란처로 교전 때 민간인 대량살상이 우려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에 반대한다.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것도 라파 참사 가능성 때문이다.
◇ 궁지 몰린 네타냐후…협상 촉진용 강성발언일까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지상전의 날까지 잡아뒀다고 긴장 수위를 높였지만 진의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발언의 수위는 높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군사적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라파에 대한 대규모 지상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일관적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그런 대규모 지상작전이 임박했다거나 병력의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그간 행태를 고려할 때 '날을 잡았다'는 발언은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압박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호요원 폭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인질 귀환을 촉구하는 반정부시위 등을 고려할 때 휴전 합의가 절실한 선택지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 남부에서 병력 일부를 뺀 것 자체가 협상을 촉진하려는 중대한 양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강성발언이 연립정부 내 극우 정파를 달래려는 제스처일 가능성을 주목했다.
연정 내 대표적 극우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대규모 라파 공세 없이 전쟁을 끝내려고 하면 총리직을 유지할 권한이 없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 이스라엘 내 휴전 낙관론…야권인사, 미국 찾아 협의
이스라엘 고위관리들 사이에서는 휴전에 대한 기존에 없던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신병들을 향한 연설에서 인질 석방 가능성을 전쟁 성과로 들었다.
그는 "(전쟁이 진전되면서) 인질을 데려올 수 있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이스라엘군 라디오에 나와 "중대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협상에 무게를 뒀다.
카츠 장관은 "일이 잘 풀리면 많은 인질이 집에 돌아오고 단계적으로 모두 돌아올 것"이라며 "예전보다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안팎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전쟁에서 일방적 행보를 일삼는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정설이 된 지 오래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네타냐후 총리의 라이벌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최근 조기총선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등과 휴전 협상 등 현안을 논의했다.
라피드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고의 동맹"이라며 "최근의 어떤 사태도 어떤 정권도 이런 우정을 해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타냐후 정권의 일방행보에 대해서는 "가자주민을 해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도 "우리가 인간방패를 쓰는 끔찍한 테러조직과 싸우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원론을 강조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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