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 지난달 공연장 테러 후 단속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러시아 당국이 이슬람국가(IS)의 모스크바 인근 공연장 테러 이후 이민자와 소수민족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고 폴리티코 유럽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경찰은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가 일어난 지난달 22일 이후 여러 도시에서 이민자 숙소를 급습했으며 백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거리 수색작업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모스크바에서 60㎞ 정도 떨어진 도시에서 일하던 이민자 40여명이 일터에서 구금됐다.
또한 러시아 사법당국은 이민법을 위반한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수색과 체포 작전을 펼쳐 466명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러시아로 많은 이민자를 보낸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은 자국민에게 러시아 내 대규모 행사에 참여하지 말고 가급적 집안에 머무르라는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
이민자뿐만 아니라 러시아 소수민족도 위협을 느끼고 있다.
빅토리아 말라다에바 러시아 원주민재단 회장은 소수민족들도 테러 이후 나타난 외국인 혐오 정서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말라다에바 회장은 소수민족들이 러시아를 떠나라는 식의 온라인 협박도 받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아시아계 러시아인들이 중앙아시아 이민을 고민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 유럽은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공격 이후 이민자와 소수민족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 유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겉으로는 러시아가 다민족·다문화 국가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정부가 이민자 단속을 지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폴리티코 유럽은 이고르 크라스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이 지난달 26일 푸틴 대통령에게 지난해 이민자 범죄가 75%나 늘어났다고 보고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가 9% 감소했으며 구소련 독립국가연합(CIS) 출신 외국 범죄자도 7% 줄어들었다.
러시아 내무부의 통계자료와 극명하게 다른 이고르 검찰총장의 보고는 이민자 단속이 테러 이후 사법 당국에 의해 목적을 가지고 계획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폴리티코 유럽은 설명했다.
러시아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 감시단체인 소바연구센터의 알렉산더 베르호프스키 소장은 테러 공격 이후 이주민에 대한 국가의 공세가 비유럽 원주민을 포함한 러시아 내 모든 비슬라브 민족에 대한 증오와 차별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심리학자이자 비백인 여성 자선단체 이사인 마리나 오브몰로바는 비슬라브 민족 사람들 사이에서 혐오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이 커졌다면서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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