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외신기자클럽 연례보고서…70∼80% "메신저 휴대전화 감시당해"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 10명 중 8명이 취재 과정에서 중국 당국의 간섭이나 괴롭힘, 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은 지난 8일 홈페이지를 통해 외신기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3 취재환경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마스크는 벗었지만 장벽은 여전하다'는 제목이 붙은 연례 보고서는 북미, 유럽, 남아메리카, 아시아 등 각국에서 파견된 중국 주재 외신기자 157명 가운데 101명의 응답을 받아 작성됐다.
응답자 81%는 취재 과정에서 중국 당국의 간섭, 괴롭힘, 폭력을 경험했고 현장에서 취재하는데 제한받았다고 밝혔다.
외신기자 2명 중 1명 이상(54%)이 중국 공안이나 다른 관리들로부터 취재 제지를 당했고, 신원이 불분명한 누군가로부터 취재를 방해받았다는 응답자는 45%로 나타났다.
중국 관리들로부터 제지당한 경우는 전년(56%)보다 약간 낮아졌지만, 신원 불상의 누군가로부터 방해받은 경우는 전년(36%)보다 크게 높아졌다.
외신기자들은 휴대전화와 메신저를 중국 당국이 감시하고 있다는 우려에 시달리고 있었다.
응답자 81%는 자신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이 중국 당국 감시를 받고 있다고 믿고 있었고 휴대전화나 집·사무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각각 72%와 55%나 됐다.
유럽에서 파견된 한 외신기자는 "기후변화 관련 취재를 하던 도중 사복 관리들의 미행을 당했고 드론까지 떠서 감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7월 '반간첩법'을 강화하면서 외신기자들의 취재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응답자 37%는 확정됐던 현장취재나 인터뷰 일정이 중국 당국 압력 탓에 갑자기 취소되는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취재를 추진했던 외신기자의 85%가 어려움을 겪는 등 중국 내 민감한 지역 취재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99%가 중국 내 취재환경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중국 당국을 향해 취재 제한과 방해 행위를 중단하고 보다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해 180개 국가를 대상으로 평가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중국은 180위인 북한 다음으로 낮은 179위를 기록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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