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과·배 착과 수 17∼32% 감소…보험금 1천684억원 지급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2010년대 후반부터 기상이변으로 봄철(3월 하순∼4월 말) 서리 발생이 늘고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과수 농가 서리 피해(동상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사과와 배 봄철 서리 피해로 지급된 보험금은 8천633억원에 이른다.
이는 사과·배 농가에 지급된 총보험금(1조3천697억원)의 63%를 차지한다.
농작물에 서리가 내리면 조직이 얼어붙어 파괴된다. 서리 피해는 과일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농작물재해보험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봄철 서리 피해로 사과와 배 착과(열매가 달리는 것) 수량은 전년보다 각각 16.5%와 31.8% 감소했다.
지난해 사과·배 관련 총보험금(2천658억원) 중 착과 감소로 인한 보험금은 1천684억원(63.4%)에 이른다.
'냉해'로 불리기도 하는 서리 피해에 탄저병까지 겹쳐 작년 사과 생산량은 39만4천t(톤)으로 전년보다 30.3% 감소했다. 배 생산은 18만4천t으로 26.8% 줄었다.
봄철 서리 피해로 인한 과수 생산량 감소가 수급 불안을 초래하면서 올해 1분기 사과 도매가격은 작년 동기보다 109% 상승했다. 배 가격도 같은 기간 148% 올랐다.
국립기상과학원과 한국외국어대 대기환경연구센터 연구에 따르면 기후 온난화로 봄철 서리 발생 빈도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부 지역에선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
이에 더해 기후 변화로 인해 한반도 기온이 상승 추세인데도 이상기후로 끝서리는 점차 늦어지고 있어 서리 발생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과·배·복숭아를 주로 재배하는 충청, 경상, 전라 지역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서리 발생 빈도가 높아져 거의 매년 수량과 품질 동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개화기가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과수는 꽃이 피면 추위에 잘 견디지 못한다. 개화기에 서리가 발생하면 꽃눈이 고사해 착과 수가 감소하고 착과가 되더라도 기형이 많아진다.
이에 따라 봄철 서리 피해 발생 가능성이 매년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농촌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은 사전예방, 사후보상, 사후관리로 3단계 체계를 구축해 봄철 서리 피해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온풍기, 살수 시스템, 방상팬 등 봄철 서리 피해 예방에 필요한 장비 구입을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2일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2024∼2030년)을 발표하고 봄철 저온피해를 비롯한 재해예방시설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전국 사과·배 과수원 가운데 봄철 서리를 막을 수 있는 방상팬과 미세살수장치 등이 설치된 면적은 지난해 1.1%에 불과했으며 올해 추가 설치분까지 더해도 2.2%에 그친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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