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내한공연 새 수석 지휘자 인터뷰…한국서 유자왕과 협연
조성진 임윤찬에 "영국에 문화적 지진 일으킨 비틀스처럼"…"韓 성악가들, 마법 같은 감성"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한국에는 극도로 재능 있는 예술가들과 클래식 음악의 발전상을 알아 나가는 젊은 관객이 있습니다. 한국 투어가 정말 기다려집니다."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 수석 지휘자 취임을 앞둔 안토니오 파파노는 9일(현지시간) 오후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올가을 진행될 내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파파노는 "한국 젊은이들은 K팝을 즐기면서 클래식 음악도 즐긴다"며 "우리가 그 일부로서 동참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런던심포니는 10일 오전 LSO 세인트루크 음악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4∼2025년 시즌 전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오는 10월 1∼5일 닷새에 걸친 한국 3개 도시(서울, 경기 광주, 대전) 투어가 포함됐다. 한국 외에는 일본과 중국 상하이에서도 공연한다.
파파노는 지난 2018년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내한해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협연한 적이 있다.
그는 "조성진은 마치 록스타 같았다. 객석의 그 젊음도 정말 놀라웠다"고 회상한 뒤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파파노는 재능 있는 개개인의 음악가와 이를 적극적으로 감상하는 젊은 관객의 유기적인 작용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 클래식계의 '아이돌'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에 대해 "극도로, 엄청나게 재능있는 아티스트"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에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이렇게 국제적인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음악가가 필요하다. 비틀스가 미국에 건너갔을 때 영국에 어떤 일이 일어났나. 문화적으로 지진 같은 일이었다"며 "이들은 이목을 끌고 국가에 자랑거리가 된다. 그들을 따라가다가 쇼팽과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라흐마니노프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파파노는 단순히 '티켓을 사는 관객이 있으니 찾아간다'는 차원을 넘어서 한국과 아시아 관객에게서 공연 예술의 미래를 찾는 듯 했다.
중장년층 관객이 다수인 유럽과 달리 한국과 아시아에서는 젊은 관객층이 탄탄히 쌓여 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무엇이든 인터넷 스트리밍이 되는 시대지만, 우리에게는 이 놀라운 음악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며 그 커뮤니티에 계속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며 "그게 K팝인지, 베토벤인지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파파노는 영국의 이탈리아계 가정에서 태어나 13세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유럽 각지에서 음악 경력을 쌓았고 2002년부터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최장수 음악감독을 지냈다.
파파노는 "재능 있는 한국 성악가들이 많다"며 '삼손과 델릴라'로 로열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선 테너 백석종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서구 음악에 대한 놀라운 감성을 가지고 있다. 어디서 그런 게 나오는지 마법 같다"며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런 열정과 욕구가 있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파파노는 2021년 거장 사이먼 래틀이 내려놓은 런던 심포니의 지휘봉을 넘겨받을 차기 수석 지휘자로 내정됐다.
1996년 객원 지휘자로 런던 심포니와 처음 인연을 맺은 후 꾸준히 함께했다. 현재도 수석 지휘자 내정자로서 참여하고 있는 그는 공식 취임은 올 9월에 하며 2024∼2025년 첫 시즌을 맞는다.
이번 런던 심포니의 한국 공연에서는 올해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부문에서 수상한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왕(王羽佳, 왕위자)이 협연한다.
파파노는 "유자왕은 빅스타"라며 "아주 매혹적인 피아니스트이자 큰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보여줘야 할 것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케미스트리"라며 "다년간 나와 우리 오케스트라는 그 케미스트리를 쌓아왔으니 보고 들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한국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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