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연구팀 "개체 감소에 기여…오존, 페로몬 분해해 의사소통 방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대기 오염 물질인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들이 서로 다른 종 사이에도 짝짓기해 번식 능력이 없는 불임 잡종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화학생태학 연구소 마르쿠스 크나덴 박사팀은 12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같은 초파리 속(屬) 초파리 4종을 오존에 노출한 뒤 짝짓기를 분석하는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여름철에 흔히 볼 수 있는 오존 오염이 약간만 심해져도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 사이에 교잡이 더 자주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태어나는 불임 잡종으로 인해 곤충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서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가 암수를 구분하지 못하고 수컷끼리 구애 또는 짝짓기를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2023년 3월 14일 자)에 발표한 바 있다.
같은 종의 곤충들은 같은 페로몬으로 의사소통하며 페로몬은 짝짓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산화성 대기오염 물질인 오존은 페로몬 구성 물질을 분해해 화학적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 제1 저자인 난지 장 박사는 "이 연구에서 오존의 페로몬 분해가 다른 종 간의 짝짓기 경계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교잡이 일어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밝혀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같은 초파리 속에 속하는 노랑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초파리 시뮬란스(Drosophila simulans), 초파리 세이셸리아(Drosophila sechellia), 초파리 모리티아나(Drosophila mauritiana) 등 4종을 선택했다.
노랑초파리와 초파리 시뮬란스는 전 세계에서 발견되지만, 초파리 세이셸리아와 초파리 모리티아나는 각각 세이셸제도와 모리셔스에서만 서식한다. 4종 모두 매우 유사한 페로몬을 사용하지만, 혼합 방식이 약간씩 다르다.
연구팀은 초파리를 더운 날 도시에서 측정되는 수준의 오존에 2시간 노출한 뒤 같은 종과 다른 종을 섞어 짝짓기하도록 했다. 이어 암컷과 수컷을 분리해 알을 낳게 한 다음 태어난 새끼들을 분석해 종 간 교잡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들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종 사이에 교잡이 더 자주 발생한 반면, 오존 오염이 없는 공기에만 노출된 초파리들 사이에서는 교잡종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공동 저자인 빌 핸슨 박사는 "초파리는 짝짓기 상대 유인에 페로몬뿐 아니라 날개 진동 소리, 시각 신호 등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높은 오존 농도에서 암컷이 동종과 다른 종 수컷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파리의 수컷 잡종은 일반적으로 불임이거나 적어도 비 잡종보다는 생식능력이 떨어진다며 불임 잡종 증가는 개체군 멸종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나덴 박사는 곤충에 대한 대기 오염 물질의 위협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며 "소량의 오염 물질도 곤충 화학적 의사소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기 오염 물질 한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Markus Knaden et al., 'Elevated ozone compromises mating boundaries in insects', http://dx.doi.org/10.1038/s41467-024-47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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