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인니 대선 승리 프라보워, 中·日 방문하며 한국 패싱 왜?

입력 2024-04-13 07:07  

[특파원 시선] 인니 대선 승리 프라보워, 中·日 방문하며 한국 패싱 왜?
미·중 갈등 속 중립 외교로 몸값 높인 상황서 한국과 'KF-21 갈등' 껄끄러웠나
경제협력 측면서 '한-인니'는 서로 중요한 파트너…문제 해결하려면 더 자주 만나야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승리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부터 5일간 중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순방에 나섰다. 프라보워 순방이 국제적 관심을 끈 것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첫 해외 방문국으로 중국을 택해서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일본, 필리핀 3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강력한 안보 연합을 추진하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이런 때 남중국해를 공유하면서 동남아시아 리더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차기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을 찾았으니 중국으로서는 이보다 반가운 일이 없었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프라보워를 환대하며 인도네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언론은 이번 만남은 시 주석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시 주석이 동남아시아국 장관급 인사와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프라보워는 경쟁 후보들이 불법 선거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현재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어서, 이번 순방도 국방장관 자격으로 나섰다.
프라보워는 중국에 이어 바로 일본을 찾았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정세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런 그의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투자국인 중국을 챙기면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을 바로 찾아 미국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라며 인도네시아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지금까지처럼 비동맹 외교 노선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도 사설을 통해 프라보워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중국과 일본이 그를 경쟁적으로 초청한 것은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국제 정세에서 인도네시아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해볼 점은 그가 중국과 일본을 찾으면서 바로 옆에 있는 한국은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양국은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 분담금 연체나 기술 유출 시도 등 민감한 현안 외에도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나 한국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노동자 쿼터 문제 등 해결하고 협력할 현안들이 많다.
그런데도 두 나라 정부 모두 프라보워의 방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프라보워가 아직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초청이 조심스러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KF-21 사업 갈등으로 국내 인도네시아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그를 초청해 이슈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미·중 갈등 속에 몸값을 올리려는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도 굳이 좋은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한국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까다로운 숙제를 안고 있다 보니 일단 양국 현안은 뒤로 미루는 모양새다.
외면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은 있지만 두 나라 모두 발전을 위해 서로가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내수시장과 노동력이 부족한 한국은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라는 열차에 올라타야 하고,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는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선진 기술력이 필요하다. 두 나라가 갈등을 해소하고 윈윈하려면 문제를 직시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만남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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