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정제마진 올라 수익성 개선…석화, 불황 속 원가 부담에 적자 지속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1분기 실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강세에 실적 반등이 예상되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시황 침체 장기화에 더해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겹친 상태다.
◇ 에쓰오일·SK이노 정유 등 흑자 전환 기대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정세 악화에 원유 공급에 대한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최근 국제유가는 5개월여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정제마진이 정유사 수익성을 좌우하는데, 올해 1분기에 유가 상승과 더불어 정제마진도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보통 배럴당 4∼5달러가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작년 4월 유가 하락과 함께 2달러대까지 떨어진 정제마진은 올해 2월 15달러대까지 올랐다.
지난해 수요가 침체한 와중에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해 실적이 뒷걸음질한 정유업계는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정유사업 비중이 큰 S-OIL(에쓰오일)은 영업손실 564억원을 기록한 작년 4분기 대비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발표된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결과 에쓰오일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5천300억원이다.
또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GS칼텍스 실적이 반영되는 GS는 30%가량, HD현대오일뱅크 실적이 반영되는 HD현대는 50%가량 각각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도 영업손실 1천652억원을 낸 작년 4분기와 비교해 흑자 전환해 올해 1분기에 5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을 5천593억원으로 예상하며 "두바이 유가가 12월 평균 77.6달러에서 3월 평균 84.3달러까지 상승해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다"며 "재고 평가손익도 크게 회복하고 래깅(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석화업계, 공급과잉·수요부진·유가상승 '3중고'
유가가 오르면 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라 석유화학업계는 원가 부담이 커진다.
이에 주요 업체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에 유가 상승까지 겹친 '3중고'에 시달리며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1분기보다 74.4% 급감한 2천21억원이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700억∼8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 분기에 이어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 흐름에 대해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이슈로 물류비가 상승했고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이 반등했으며,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스프레드(마진)가 여전히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도 1천184억원으로 적자 지속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적자 규모는 전 분기의 2천726억원에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중국 기업들이 석유화학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해 저가 공세에 나선 데다, 경기 침체로 수요도 부진해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석유화학업계는 사업 운영 효율화와 구조 재편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원료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대산·여수 공장 가동을 잇달아 중단했으며,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지분 매각설도 꾸준히 돌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기초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법인을 대폭 정리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LC) 등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