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산출에 PER 31.5배 적용…공모규모 7천억·시총 3조7천억원
IPO 시장 풍향계 역할…흥행 여부에 공모주 투자 열기 좌우될듯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다음 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앞둔 선박 사후서비스(AM) 전문기업 HD현대마린솔루션이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 이상으로 높게 책정된 데다가 가치평가를 위한 비교 대상으로 이종사업 영위 기업이 포함되면서 공모가 산정 과정이 다소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공모 주식 수는 890만주로, 신주 발행과 구주 매출이 절반씩을 차지한다. 구주 매출은 2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엑시트(자금회수) 물량이다.
희망 공모가액 범위는 7만3천300∼8만3천400원이며 이에 따른 공모 규모는 6천524억∼7천423억원이다. 상장 뒤 시가총액은 3조2천582억∼3조7천71억원 수준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액은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두산로보틱스[454910], 에코프로머티리얼즈[450080]의 공모 규모는 4천억원대였고, 올해 유가증권시장 입성 '첫 타자'였던 에이피알[278470]의 공모 규모도 1천억원에 미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오랜만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모가 산출에 활용한 주가수익비율(PER)이 31.5배로 시장이 수용하긴 부담스러운 멀티플(배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 주식시장에서 '핫'한 고성장 업종에서나 받을 수 있는 멀티플이라는 지적이다.
주관사단의 공모가 산정 과정을 보면, 작년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배주주 순이익 1천511억원에 유사기업 4곳의 평균 PER을 적용해 주당 평가가액을 계산한 뒤 할인율 21.4∼30.9%를 부여했다.
유사기업으로는 HD한국조선해양[009540]과 스웨덴의 알파 라발, 노르웨이의 콩스버그, 핀란드의 바르질라 등 4곳이 선정됐다. 문제는 이들이 HD현대마린솔루션처럼 선박 AM 사업만 영위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신조 중심의 조선업 매출 비중이 80%를 넘으며, 해외 3개사는 에너지·식품 및 수자원·국방 및 항공 등 이종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어 AM 매출 비중은 30∼48% 수준이다. AM 사업 매출이 100%인 HD현대마린솔루션과 차이가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건조된 선박의 유지보수와 AM 서비스가 중심인 종목은 글로벌 상장 종목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다른 비즈니스를 적용하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부문별 비교가 아닌 유사종목 전 사업 부문의 가치평가와 비교하는 점에서 공모가 적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 흥행 여부는 1분기 뜨거웠던 시장 열기의 지속 가능 여부를 가늠하는 풍향계로도 기능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 IPO 시장이 한동안 냉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조 단위 '대어' 등판 전후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과거 사례가 많아서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점도 높은 멀티플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몸집이 작은 중·소형주들은 상장 이후 주가 급등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덩치가 큰 대어들은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기관투자자들로서도 신중하게 수요예측에 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난 뒤 이달 25∼26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일은 다음 달 9일로 예정됐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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