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일 객원 지휘…"작곡가 의도에 충실하려 노력"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베를린 필하모닉은 모든 음악가가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무대니까 설렘도 있고 기대도 있죠. 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느 무대에 선다고 해서 흥분하거나 지난 일에 후회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지휘자 김은선(44)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데뷔를 앞둔 기분을 묻자 "당장 앞에 있는 연주에 더 집중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인 그는 지난달부터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독일 뒤스부르크 필하모닉, 스페인 바르셀로나 오케스트라 신포니카를 돌며 지휘봉을 잡고 있다. 오는 18∼20일(현지시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객원지휘자로 포디움에 선다.
베를린 공연이 끝나면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간다. 김은선은 전날 도착해 연주하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는 빡빡한 일정이라고 했다. 일 년 중 절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반년은 바깥에서 지휘한다.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양대 관현악단이라는 베를린 필하모닉 무대에 한국인 지휘자가 서기는 정명훈 이후 두 번째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1982년에야 여성 단원을 받기 시작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여성 수석 지휘자를 주인공 삼은 영화가 제작될 만큼 보수적이다.
김은선은 "떠난 지 오래돼서 한국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연주하러 돌아다녀 보면 제 다음 세대에 여성 지휘자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주할 때는 성별이나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연주가 끝나고 농담으로 '너는 도대체 몇 살이니?'라고 묻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에서는 리투아니아 소프라노 아우슈리네 스툰디테가 부르는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기대'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쇤베르크와 라흐마니노프는 한 살 차이지만 음악사에 남긴 흔적은 정반대에 있다. 쇤베르크는 이른바 '무조음악'으로 현대음악의 문을 열었고 라흐마니노프는 평생 낭만주의 전통에 충실했다. 김은선은 "같은 곡이라도 악보 공부를 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진다"면서도 "작곡가가 원했던 바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서 수학하고 스페인 왕립극장 부지휘자로 활동한 그는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를 구사한다. 요즘도 곡 해석을 위해 악보 보는 시간 이외에는 모두 외국어 공부에 쓴다고 했다. 그는 "어느 작곡가든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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