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짜리 휴전 한 차례…국제사회 분쟁 해결능력 부재 드러나
유엔 첫 휴전 결의안 무색…휴전 중재 협상에도 이견 여전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란의 첫 직접 군사 충돌의 씨앗은 가자지구 전쟁이었다.
전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 하마스는 물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반년이 넘도록 해법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모두가 우려했던 이들 '중동의 최대 앙숙'간 공습전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향후 이스라엘의 대응에 따라 자칫 5차 중동전쟁의 참화가 이 지역을 휩쓸게 되는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면서 개시된 전쟁은 단 한 차례의 한 주일짜리 휴전만 있었을 뿐 현재 진행형이다.
개전 첫날 하마스는 이스라엘로 수천발의 로켓을 발사했고,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는 살해와 납치를 자행했다. 1천200명 안팎이 숨지고 250명 넘는 인질이 끌려갔다.
곧장 이스라엘의 대대적 보복 공습이 시작됐다. 병력과 중화기를 투입해 가자지구 북부에서부터 중부, 남부까지 하마스 소탕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에선 3만3천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이스라엘군은 피란민이 몰리면서 가자지구 인구 65%인 150만명이 머물게 된 최남단 라파를 겨누고 있다.
국제사회는 가자지구가 재앙적인 인도주의 위기에 처하자 휴전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작년 11월 7일간의 일시 휴전 이후 사실상 휴전 협상은 공전했다. '하마스 잔당 완전 소탕'과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하는 양측의 현격한 이견 사이에서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할수록 난처해지는 미국의 입장 속에 전쟁의 시계는 계속 돌아갔다. 미국으로선 우방인 이스라엘 측의 보복 명분을 존중하지만 매일 수십∼수백명씩 사망하는 가자지구 상황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터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전쟁 발발 6개월이 다 된 지난달 25일에서야 미국의 기권 속에 첫 휴전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이스라엘은 오히려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을 공습했고 이란은 사상 초유의 이스라엘 영토 폭격을 감행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분쟁 중재력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적대행위로 발생한 국제법 위반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경제제재나 각종 외교적 압박을 통해 휴전 내지 종전을 끌어내려는 숱한 시도가 효능을 발휘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은 국지전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 국제사회가 공감했지만 역내 역학을 두루 고려한 해법을 찾는 능력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쟁 초기부터 이란을 위시한 헤즈볼라, 예멘 반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 시아파 무장조직 등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 간 대결이라는 분석은 도출돼 있었다.
예멘 반군이 작년 11월부터 세계 물류의 요지 홍해 입구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하면서 하마스를 외곽 지원하는 점도 다각적인 역학 속에 현재의 분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지난 6개월 사이 역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물꼬를 트지 못한 채 휴전 구호만 되풀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껏 제시한 해법은 1993년 오슬로 합의의 결과물인 '두 국가 해법'이라는 실현가능성이 낮은 원칙론을 반복했을 뿐이다.
중재국을 사이에 둔 휴전 협상도 공전 양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자지구 내 병력 철수와 인질 석방 등의 문제를 두고 일부 진전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진전 사항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당사자들의 요구 조건은 기존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위기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발발했고, 국제사회는 초긴장 상태로 이스라엘의 대응 추이만 지켜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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