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운명' 쥔 극우파는 적극대응 압박, 미국은 자제 촉구
이스라엘 극단 분열 속 "10.7이 판도 바꿨다…예단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보복 공습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퇴진 압박에 시달려온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연정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란에 재보복에 나설 것인지, 미국 등의 의견을 수용해 자제를 택할 것인지 그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지도부가 어려운 과제 앞에 놓였다며 중동을 전면적인 분쟁으로 몰아넣지 않으면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라고 1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에 대한 강한 반격으로 자국과 다른 나라들을 더 광범위한 전쟁에 휘말리도록 할 것인지, 피해는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을 받아들이고 역내 안정을 위해 미국 등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외에서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허용하는 등 안보 실패의 책임자로, 가자지구에서 6개월째 전쟁 중이지만 인질은 여전히 억류 상태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 전쟁에 따른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낳은 장본인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제 그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뒷받침하는 미국 등 동맹국들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의 열쇠를 쥔 극우 연정 파트너들로부터 상충하는 요구를 받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이란 공격 후 "미국은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과 관련한 정보를 사전에 받지 못한 것에 이미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스라엘 안에서도 야당 지도자 베니 간츠처럼 인내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강경 우파는 일제히 적극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란의 공격 후 이스라엘은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이란 전문가 라즈 짐트는 FT에 이스라엘이 대응 수위를 정할 때는 미국의 입장과 대이란 조치가 가자지구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 등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의 계산은 또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의 공격에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의 대응은 더 강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미르 헤이만 전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장은 일단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광범위한 사상자와 피해를 막는 데 성공하면서 이스라엘이 대응할 시간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헤이만 전 국장은 엑스(X·전 트위터)에 "우리는 이 문제에 명확성을 만들어선 안 된다. 상대방이 불확실성 속에서 고통받도록 두자"며 "시간은 우리 손에 있다. 현명하게 생각하고 계획, 행동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정치·사회 분열이 극심한 이스라엘에선 이번 이란의 공격조차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자들에게 이스라엘이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이 동원된 이란의 공격에 방어 기술을 과시한 것은 이란의 위협에 대한 그의 경고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반대편에서는 이를 네타냐후 총리가 아닌 이스라엘 공군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취임 첫해부터 이란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왔다.
그는 거의 30년간 이란 핵이 재앙이 될 것이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해왔다.
중동뉴스 '알모니터'의 이스라엘 정치평론가 마잘 마울렘은 "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도 두 가지로 나뉜다"며 "이스라엘 사회의 분열과 양극화로 사람들은 전체 그림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정책 연구원 달리아 셰인들린은 정치인으로서 네타냐후 총리의 면모가 전과 달라졌다며 향후 행보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셰인들린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과거 네타냐후 총리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람이 아니었고,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가능한 범위에서 짧고 제한적인 전쟁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10월 7일(작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일)이 판도를 바꿨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과거 그가 어땠는지는 상관이 없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항상 이란이 심각한 방식으로 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번 주말 이후 더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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