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인민행동당 지도자 세대교체…2년 전 이미 후계구도 확정
美 유학파 51세 웡 "겸손함·사명감 갖고 내 모든 것 바쳐 일할 것"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20년간 장기집권한 싱가포르 행정수반 리셴룽(72) 총리가 다음 달 물러난다.
15일 현지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셴룽 총리는 다음 달 15일 후계자인 로런스 웡(51) 부총리에게 권력을 넘긴다고 이날 밝혔다.
리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5월 15일 총리직에서 사임하고 웡 부총리가 같은 날 차기 총리로 취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웡 부총리는 팬데믹 기간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모든 국민이 웡 부총리와 그의 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더 밝은 싱가포르 미래를 위해 협력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권력 승계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며 내년까지 치러야 하는 총선 전에 웡 부총리가 총리직을 이어받아 국가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총선은 내년 11월 이전에 실시돼야 하지만 올해로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리콴유 초대 총리(1965∼1990) 장남인 리 총리는 고촉통 전 총리에 이어 제3대 총리로 2004년 8월 취임했다.
리 총리는 70세가 되는 2022년 전에 물러나겠다고 과거 여러 차례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퇴진 시점을 미룬 바 있다.
이로써 그는 취임 20년 만에 총리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싱가포르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국가 통합을 추진하는 상징적인 자리이며, 실질적으로 총리가 정치·행정 각 분야에 최고 권한을 행사한다.
총리는 대통령이 다수당 소속 국회의원 중에서 임명하지만, 사실상 인민행동당(PAP) 지도부 논의와 소속 의원 추인으로 확정된다.
1954년 출범한 PAP는 1965년 독립 이후 계속 싱가포르를 통치해온 현 집권 여당이다.
PAP는 2022년 4월 리 총리 후계자로 웡 당시 재무장관을 낙점했다.
웡 부총리는 PAP를 이끄는 젊은 정치 지도자들인 이른바 '4세대(4G) 그룹'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제학,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로 돌아와 산업통상부, 재무부, 보건부 등에서 일했고, 2005년 리 총리 수석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는 공직 생활을 정리하고 2011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문화·공동체·청년부 장관, 국가개발부장관, 교육부장관 등을 거쳐 2021년 4월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4대 총리로 낙점된 후에는 부총리를 겸직하며 '대권수업'을 받아왔다.
그는 SNS를 통해 "겸손함과 사명감을 가지고 주어진 책임을 받아들이겠다"며 "내 모든 것을 바쳐 일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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