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에 6개월간 수입 없는데…이스라엘 보복하면 더 심각"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요란한 폭발음과 사이렌 소리에 깼어요. 전투기 엔진 소리도 한동안 들렸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가 방공호로 일단 대피했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교민 양달선(59·관광업)씨는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날 새벽 이란의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동예루살렘 성지 북쪽에 거주하는 양씨는 "새벽 1시47분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폭발음 때문에 놀라 잠에서 깼다"며 "이후 전투기 엔진 소리도 한참 동안 들렸다"고 했다.
이어 "집 밖으로 나와보니 밤하늘에 섬광이 번뜩이고 폭발음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고 말했다.
양씨는 스마트폰으로 전달된 한국 대사관의 교민 안전 공지를 보고 이란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 한참 고민했어요. 그리고 일단 집 안에 있는 방공호로 대피해 10여분간 머물렀습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란은 당시 170여기의 무장 드론을 출격시켰고 30여기의 순항 미사일과 120여기의 탄도 미사일을 쐈다.
이스라엘군은 미군 등과 공조해 이란의 무기 대부분을 국경 밖에서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외신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사이렌과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위해 동원한 무기들은 이스라엘 동쪽 요르단 영공도 통과했다.
이에 요르단 정부는 13일 밤 11시부터 영공을 봉쇄하고 방공망을 동원해 영토를 침범한 발사체를 요격했다.
이 때문에 요르단 교민도 적잖이 불안에 떨었다고 했다.
20년째 요르단 암만에 거주 중인 임경숙(53·여행업) 씨는 "새벽 1시30분쯤 지인에게서 여러 번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가 잠에서 깨 뉴스를 보고 이란의 공격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두려워서 집 안에 머물면서 뉴스를 보며 살폈는데 현지인들이 이란 드론을 목격했다면서 영상을 보내주기도 하고 사해에 여행을 간 아들도 호텔에서 폭발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고 전해와 비로소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또 "우리 집이 주요르단 이스라엘 대사관 바로 옆이라 우리 집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생겼고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컸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떠올렸다.
새벽 5시쯤 돼서야 주위가 잠잠해졌고 7시쯤 날이 밝아 밖에 나가보니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온 느낌을 받아 안도했다고 한다.
약 5시간에 걸친 이란의 공격은 일단락됐지만 교민들은 여전히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대부분이 성지순례객인 여행업에 종사하는 이스라엘, 요르단 교민들은 이미 6개월간의 가자지구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터에 이스라엘·이란까지 충돌하게 되면 생업은 더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임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 시작된 이 지역 여행업의 위기가 가자지구 전쟁으로 가시지 않고 있는데 이스라엘·이란 분쟁까지 겹치면 어쩌나 고민이 크다"며 "이스라엘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교민 양씨도 "가자지구 전쟁으로 지난 6개월간 수입이 없었는데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가하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텐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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